[32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Ⅱ-세번째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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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Ⅱ-세번째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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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명수필이 있었다. 서양 사람이 썼는데도 “맞아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10여년전 ‘엄마 어렸을 적엔’이라는 이승은, 허헌선 부부의 인형작품전이 있었고 뒤이어 화보집도 나왔다. 연탄불과 엿장수와 수박서리를 보면서 “맞아 그랬었어.”하고는 먼 고국하늘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시공을 초월하여 인생의 본질과 추억에의 향수는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가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또다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

  이민와서, 유학와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영어 때문에, 피부 빛깔 때문에 그리고 늦게 이 땅에 왔다는 이유에서다.  하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어서 몇가지만 얘기해보면,
어떤사람은 주차장에서 바가 올라가지 않아 사무실에 가서 얘기했더니 화를 내면서 카드를 던져 버리더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쇼핑점에서 물건을 흥정하고 있었는데 어떤 키위가 오니까 그사람 계산까지 다 끝내고 나서야 다시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밖에도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을 때 분명 상대가 잘못했는데도 오히려 큰소리치고 손가락 욕을 하면서    달려드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여러가지 이유는 있고,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도 많고 오해에서 비롯 되는 상황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가 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당할 때의 억울함이다.

  그럴땐 정말 이민 잘못 온 것은 아닌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그렇게 화날 때마다 싸우자니 역부족 아니 영어 부족이고, 잊어 버리자니 울화통이 쌓인다. 그래서 최선의 방책은 되도록 싸움을 피하려고 정말 애쓰는 것이다. 부딪쳐 보아야 영어 때문에, 아시안이기 때문에 득될 게 별로 없을 것이므로. 그저 무임승차비라거나, 통과의례비라고나 할까, 되도록 꾹꾹 참아 가며 피해 가려고 애를 써 본다.

   그러나 가끔씩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우는 인간적 자존심과 아시안이라는 정체성에 관련될 때이다. 그럴 땐 싸우기로 정했다. 그러니까 100번중 99번은 참되 한번은 싸우자는 것이다. 그때는 싸우되 정말 코피(?)가 나오게 싸워야하고 반드시 끝장을 보아야 한다. ‘은근과 끈기의 한반도 출신이고, 고추와 마늘 먹고 자란 코리안이고, 베트콩과 귀신까지 잡던 따이한이 아닌가! 그렇다고 무조건 싸우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전략을 짜야한다. 나의 전략은 이랬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일은 반드시 메모해 두자는 것이다. 장소, 시간, 상대, 분위기, 금액, 조건등--  두번째는 편지 작전이다. 워드로 치거나 손수 글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편지를 써 보내되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한국처럼 내용증명편지가 보편화 되지 않았지만 싸인해서 복사해 두면 만사가 오케이다.  물론 개운찮게 끝난 경우도 있지만 편지의 효과는 거의 100%였다. 이긴 싸움중에는 지금도 가끔씩 ‘자다가도 통쾌할’ 일들이 세가지쯤 있다.

  지면의 제약으로 내용을 밝힐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최근의 일 한가지만 얘기하기로 한다. 불과 두달전의 일로 너무나 생생히 기억된다. 부엌에 수도 꼭지가 헐거워지고 물방울이 새 나온 적이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일을 하던 플라머가 있기에 시간 나면 들러서 손 봐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러마고 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온 그는 고무 바킹만 갈면 된다면서 2분만에 일을 끝냈다. 그런데 너무 쉽게 끝났기 때문에 미안해서였는지 다른 무슨 고칠 게 없느냐고 물어 왔다. 나는 그때  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개스난로를 치우려고 했는데 연결고리를 빼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놔둔 채였다. 고장이 아니라 기계라면 1m 이내 접근을 싫어할 정도로 기계맹인 내가 고리를 빼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얘기했더니 너무 쉬운 일이라면서 불과 한 10초 정도에 간단히 끝냈다. 한데 문제는 그 뒤에 따라 왔다. 2분 정도 걸린 그날의 작업비로 $98을 내라는 인보이스를 보낸 것이었다.

  그 후로 한달 동안을 버티면서 다섯번의 편지와 두번의 전화 끝에 마침내 매니져로부터 사과와 함께 절반 값인 $49만을 내 주십사는 정중한 답신을 받았다. 즉시 지불했고 어쨌거나 나는 세번 째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이민 와 살면서 되도록이면 현지인과 어울리고 화합하고 상생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어떤 경우이든 싸움은 피해야 현명한 이민자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 없는 경우, 전문가와 상의하기는 좀 부담스럽고 하지만 때때로 잠자다가도 화가날 경우는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 단 반드시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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