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우체통에 부치는 편지, 선운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느린 우체통에 부치는 편지, 선운사

0 개 782 템플스테이

0c6db65b11572ad95ed030cb05a248a2_1626143925_3019.png
▲ 극락교에서 바라본 선운사


들락날락 올망졸망 서해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물들 때와 물 나갈 때가 확연히 다르다. 다양한 풍경이 우리네 인생사와 같다. 끝난 데 없는 갯벌, 마치 온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하다. 육지인 듯 바다인 듯 드넓게 펼쳐져 있는 갯벌에는 72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명이 치열하게 삶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고창 갯벌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선운사 인근 만돌, 하전리 등, 물때를 잘 맞춰가면 조개 캐기, 염전체험, 숭어잡이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변산반도의 남쪽 긴 해안선과 마을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고창 생태문화탐방로 2코스에 있는 선운사 대웅전 뒤 동백 숲에 선다. 가지에 한 번 땅에 한 번, 두 번 핀다는 동백, 선운사는 누가 뭐래도 동백이다.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서정주 시인의 시비가 일주문 못미처 있다. 자진하듯 떨어지는 모습이 하도 서러워서 지는 소리를 듣는다는 동백꽃을 가을에는 볼 수 없다. 그 자취만이 아련할 뿐이다. 철 지난 후에 온 게으름과 여백 없음을 탓하며 1년 후에 도착한다는‘느린 우체통’에 손편지 한 장 부친다. 내 안의 나에게 나 밖의 내가 부치는.


0c6db65b11572ad95ed030cb05a248a2_1626144055_3124.png
▲ 선운사 느린 우체통


템플스테이 선원 가는 길에 든다. 한낮인데도 등불을 밝혀야 할 만치 어둡다. 서늘한 기운에 내 안의 내가 잠시 멈칫거린다. 오른편에 차밭을 끼고 간다. 예부터 스님들이 차를 즐기는 까닭에 절집에는 차밭이 많다. 향기롭고 맑은 차 한 잔이 내 입에 들어오는 과정을 생각한다. 아홉 번 덖고 아홉번 비벼 말리는 동안, 찻잎은 제 안의 상처를 그대로 머금었다. 우리도 들볶이고 상처를 입는 사이 저도 모르게 향기가 스미는 건 아닐까? 겨우 1km 남짓한 길이 멀다. 빠르게 걷던 관성으로 마음을 재촉하니 길이 멀다. 늦추자, 늦추자, 조심조심 걸음을 내디디라고 숲길은 짙고 서늘하지 않은가. 가로지르던 다람쥐 한 마리가 멈춰서 싹싹 빈다, 놀라서 미안하다는 듯이. 아니다, 나 아니었다면 네가 왜 놀랐겠는가, 내 탓이다. 도솔암 가는 길도 나를 내려놓고 숨 고르기에 좋은 길이다. 재촉할 수 없게 적당히 가파른 길이다. 선원이 절에서 외따로이 떨어져 있다. 내안의 경계가 더욱 분명해진다. 


0c6db65b11572ad95ed030cb05a248a2_1626144082_4533.png
▲ 운곡 람사르 습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창읍 고인돌 공원에 간다. 고인돌은 무덤이다. 선사시대 먼 옛날을 살다 간 흔적이라는 생각 끝에 사람의 평생을 생각한다. 역사라는 걸 생각해 본다. 나 살다 간 흔적도 역사가 될 수 있을까? 커다란 덮개석이 짓누른다. 서두르지 말자, 쉼표 하나 찍는다. 느리다는 것, 움직임 없는 것 같지만 뒤처지는 것 같지만, 실은 더 큰 강이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고인돌 공원 너머 운곡 람사르 습지는 500여 종 동식물의 서식지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썩을 것 같지만 실은 수 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탐방로가 겨우 한 사람 지날 수 있게 좁은 것, 서두르지 말라는 은유다.


0c6db65b11572ad95ed030cb05a248a2_1626144111_4166.png
▲ 선운사 녹차밭


0c6db65b11572ad95ed030cb05a248a2_1626144158_1638.png
▲ 고창읍 고인돌 공원


■ 사계절이 아름다운 선운사를 소개합니다!


봄 동백을 비롯해서 여름 백일홍, 가을 꽃무릇, 겨울 설경이 수려한 선운사는 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찰입니다. 서해가 가깝고, 선운사가 위치한 선운산(도솔산)은 천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생태문화탐방로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선운사 템플스테이에서는 명상, 발우공양, 선운산 포행, 108배, 탁본 등을 다양하게 체험 할 수 있습니다. 오직 쉼만으로 채우는 휴식형 템플스테이도 체험 할 수 있지요. 


선운사는 지장도량으로도 유명합니다. 지장보궁전의 금동지장보살상을 비롯해 도솔암 도솔천내원궁 금동지장보살상(보물 제280호), 참당암 약사전 석조지장보살상(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33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이 선운사 경내에 고려후기에서 조선초기에 이르는 3구의 단독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다는 사실은 예부터 이 지역이 지장보살의 도량으로 지장보살 신앙이 널리 유행하였음을 말해줍니다.


선운사│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063-561-1375 

www.seonunsa.org

물소리, 바람소리 경전에 혼자라는 돌멩이를 줍다

댓글 0 | 조회 896 | 2022.04.12
▲ 한국문화연수원사진: 한국문화연원·… 더보기

청자의 빛, 겨울 공양

댓글 0 | 조회 776 | 2022.03.22
▲ 태안선에서 발견된 발우사진제공 및… 더보기

나에게 남은 시간

댓글 0 | 조회 1,103 | 2022.03.09
우리 곁에 이미 도착해 있는 미래아직… 더보기

자연이 내어 준 풀과 꽃, 요리가 되다

댓글 0 | 조회 822 | 2022.02.22
대전 영선사는 사찰음식에 관심 있는 … 더보기

첫눈 같은 마음의 눈 - 예산 수덕사 禮山 修德寺

댓글 0 | 조회 744 | 2022.02.10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 더보기

그날 수자타로부터

댓글 0 | 조회 770 | 2022.01.27
수자타는 정성스럽게 소젖을 짜 일곱 … 더보기

감성여행 종결자, 삼랑성 전등사(三郞城 傳燈寺)

댓글 0 | 조회 882 | 2022.01.11
철통 요새 속, 피안(彼岸)의 역사·… 더보기

오늘 내가 먹는 것이 내일의 나를 만듭니다

댓글 0 | 조회 1,225 | 2021.12.22
선재스님은 조계종단의 첫 사찰음식 명… 더보기

양평 용문사 - 친구, 아마도 너는 나의 단풍

댓글 0 | 조회 893 | 2021.12.07
“우리 둘은 많이 달라요. 성격만 봐… 더보기

마음챙김과 회복탄력성 개선 및 뇌 건강에 효과적

댓글 0 | 조회 731 | 2021.11.24
이번 호는 템플스테이의 의학적 효과를… 더보기

말할 수 없는 기쁨, 인제 백담사

댓글 0 | 조회 1,021 | 2021.11.09
“처음엔 백담사 계곡의 흰 빛과 숲의… 더보기

해와 달, 당신의 안식처 낙산사

댓글 0 | 조회 894 | 2021.10.27
휴대전화에게 이별을 고하며....홈페… 더보기

산이 곧 절이요, 통도사

댓글 0 | 조회 951 | 2021.10.12
"차를 가지고 오세요."통도사 템플스… 더보기

하동 쌍계사

댓글 0 | 조회 906 | 2021.08.25
선명한 열정꿈으로 가는 길에 산재한 … 더보기

장엄한 해넘이를 보다, 금산사

댓글 0 | 조회 789 | 2021.08.11
금산사는 전라북도가 전라도 정도 천년… 더보기

구불구불 재촉하지 않는 길, 불갑사

댓글 0 | 조회 747 | 2021.07.28
▲ 불갑사 꽃무릇영광 칠산갯길 5코스… 더보기
Now

현재 느린 우체통에 부치는 편지, 선운사

댓글 0 | 조회 783 | 2021.07.13
▲ 극락교에서 바라본 선운사들락날락 … 더보기

마실 가듯 찾아가는 내소사

댓글 0 | 조회 820 | 2021.06.23
▲ 내소사 대웅전30번 국도를 따라 … 더보기

지리산과 템플스테이

댓글 0 | 조회 811 | 2021.06.09

화엄사 권역

댓글 0 | 조회 799 | 2021.05.25
▲ 화엄사 각황전 석등과 원통전 앞 … 더보기

쌍계사 권역

댓글 0 | 조회 757 | 2021.05.11
▲ 쌍계사 대웅전지리산 남쪽 양지바른… 더보기

대원사 권역

댓글 0 | 조회 1,172 | 2021.04.28
남원에서 함양으로 간다. 둘레길 ④구… 더보기

실상사 권역

댓글 0 | 조회 1,547 | 2021.04.14
실상사 권역은 둘레길 ①구간주천-운봉… 더보기

템플스테이, 그 ‘일탈적 체험’이 주는 행복에 대하여 (2)

댓글 0 | 조회 982 | 2021.03.23
템플스테이의 정수, 일탈적 체험템플스… 더보기

템플스테이, 그 ‘일탈적 체험’이 주는 행복에 대하여 (1)

댓글 0 | 조회 1,036 | 2021.03.10
2002년 시작한 템플스테이는 20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