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복여행>과 우리의 이야기
<구복여행>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은 앤디라는 친구이고, 한 사람은 문선생이다. 앤디는 총각이 서천서역국으로 떠나듯 가장 힘든 시절 자신을 찾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났다. 그는 여행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현재는 장애인들과 자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있다.
그러한 그가 한 말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도와줄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는 말이다.
문선생은 한때 내 수업을 들은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인데 그는 이십 대 후반 회사생활을 하던 시절 갑자기 병을 얻어 시력을 잃게 된 중도 시각장애인이다.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선천적인 시각장애인들에 비해 더욱 적응력이 떨어지고 비탄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그는 마음도 몸도 건강한 아내를 만나 회복과 치유를 얻은 사람이었다. 다만 당시 직장을 얻지 못하여 아내와 딸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그가 어느 날 <구복여행> 덕에 직장을 얻게 되어 더 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좋은 일이면서도 수업은 포기해야 하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 수업을 듣고 민담형 인물인 총각이 움직여 나아가듯, 그리고 동자의 따귀를 때리듯 구김 없이 도전하여 현재는 어엿한 사회복지사로서 직장생활과 가장의 임무를 다하게 되었다.
나 역시 내 삶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침잠된 상태로 있을 때 다시 <구복여행>을 만나 총각이 움직이듯 새로운 삶을 향해 움직여 나아갈 용기를 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구복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총각이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그리고 죽음을 불사하고 떠난 그 힘든 여정 속에서도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나누며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어오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에만 빠져 남의 고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설사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자신이 먼저이다. 그러나 총각은 자신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하기는커녕 노파가 그냥 돌아가라고 하자 부탁받은 것이 많아 돌아갈 수가 없다고 말한다. 다른 이를 자신보다 먼저 생각하는 총각의 바로 이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 복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