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도 체육관은 똑같다. 같은 조명에 같은 배경, 같은 음악. 그렇기에 마치 제 2의 집 같은 느낌도 든다. 심지어 늘 느껴지는 냄새마저도 똑같으니, 정겹지 않을 수가 없다.
헬스 클럽, 또는 피트니스 센터가 사실 어디든 비슷하거나 똑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통일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곳이니까. 그리고 그런 단일적인 이유로 생겨난 장소가 그렇듯 체육관은 편안하다. 언제 가도 한결 같다는 점이, 딱히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라도 “어, 왔어?”라고 하듯 무심히 반겨주는 느낌이.
체육관에 등록하기 전까지만 해도 왠지 모를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는 - 그러니까, 땀냄새 가득하고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남자들만 가득할 거라는 - 체육관에 처음 갔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련된 분위기 하며 최신 기구들로 가득했으니.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왠지 조금은 해보고 싶은, 또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 만큼.
운동에 대해서 아는 것은 유감스러울 만큼 적은 지라 아무 운동 기구나 툭툭 건드려보고, 찔러보고 하면서 혼자서 조금씩 배워나갈 수 밖에 없었다. 체육관에야 물론 항상 상주하는 선생님들 (‘트레이너’라고 부른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딱히 이유도 없이 쑥스럽고 부끄러운지라 미적거릴 뿐이었다. 내 몸이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동시에 그다지 자랑할 만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개인의 몸매야 어떻든 당사자만 만족하면 된다는 주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이 아주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에나 그랬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서 할 운동을 마치고 나오곤 한다. 사실 흔히 보여지는 것관 달리 체육관은 꽤 폐쇄적인 장소다. 공간의 넓이나 면적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각자 자신의 운동이 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 같이 온 일행이 아닌 이상 - 소 닭 보듯 무심하고 평가하지도 않는다. 참으로 모범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지불한 목적의 달성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장소라니,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사실 탁 트인 바깥도 아닌 건물 안에서 운동을 얼마나 한다고 땀이 나겠어, 라고 얕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믿기 힘들었지만 체육관에서의 운동은 직접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대신, 또는 그것들보다도 더 지치는 일이었다. 처음 체육관에서 한 시간을 운동했을 땐 그야말로 기진맥진해서 기어 나오다시피 했다. 만만하게 본 대가를 아주 민망하게 치른 셈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운동이 지속되면서 차차 익숙해졌고, 그래서 지금은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을 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오로지 운동 그 자체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했으니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겠다. 팔이 어떻게 움직이고, 장딴지에 얼마나 힘을 줘야 하고, 그런 세세한 움직임에 하나하나 신경을 쓰면서 적당히 힘을 주지 않으면 운동이 제대로 안 된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었는데.
트레이너들을 향해서도 많이 친숙해져서, 이제는 인사도 나누고 간단한 안부도 주고 받고는 한다. 체육관의 트레이너들은 하나같이 쾌활하고, 그리고 항상 웃고 있다. 몸을 움직이면 도파민인지 어쩌구 하는 물질이 나와 기분을 좋게 해준다고 어딘가에서 주워듣긴 했지만, 그들의 태도는 그것만으론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유쾌해서 보고 있자면 나도 덩달아 신이 나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체육관에 오는 사람들도 모두 트레이너들을 친근하게 여긴다.
집은 아닌데 어딘가 집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곳 (심지어 사람들마저도). 체육관은 참 기묘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