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에이전트는 누구의 에이전트인가 – Stevens & Ors v Premium Estate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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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에이전트는 누구의 에이전트인가 – Stevens & Ors v Premium Estate Limited

0 개 3,570 코리아포스트
최근 부동산 매매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판례가 나왔기에 이번호에서 소개할까 한다.

이번달 초 대법원에서는 Stevens & Ors v Premium Estate Limited의 판결을 내렸는데, 판례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Stevens라는 사람이 Premium Real Estate Limited라는 부동산을 대상으로 소송을 건 사건의 재판이었다. 2006년에 고등법원에 접수된 이 소송은 3년이란 시간 동안, 항소법원 그리고 대법원을 걸쳐 최종 판결이 내려졌는데,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사건의 간략한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04년 스티븐스 부부는 Premium Real Estate Limited (이하 프리미엄이라 지칭한다)을 통하여 Castor Bay에 위치한 집을 팔게된다. 애초 스티븐스 부부는 $3m정도의 가격을 받기를 원하였으나 프리미엄 에이전트와 상의한 후 가격대를 '$2.7m 이상'으로 낮추어 광고를 시작했고, 광고를 시작한지 약 2개월 만에 마호누이 밸리 트러스트 (이하 마호누이)에게 $2.575m에 집을 팔았다. 마호누이는 집을 사자마자 프리미엄을 통하여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고 집을 산지 약 6개월이 지나서 $3.55m에 팔게 된다.

마호누이는 사람들에게 소위 개발업자 또는 부동산 투기자/꾼으로 불리는 사람이었고, 프리미엄은 과거에 마호누이와 여러번 거래를 한적이 있었으나, 스티븐스 부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또한 프리미엄의 담당 에이전트인 Riley씨의 딸은 마호누이의 비서로 일을 한적이 있었고, 마호누이가 부동산을 싸게 사서 곧바로 비싸게 되파는 일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 역시 스티븐스 부부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스티븐스 부부는 위의 사실을 알게된 후, 계약위반, 과실, 소비자 보호법 위반, fiduciary duty의 위반 등의 이유로 프리미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은 고등법원과 항소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왔는데, 흥미로운 점은 세 법원을 거치는 동안 재판에 관계된 9명의 법관들은 한결같이 프리미엄이 스티븐스 부부에게 배상을 해야한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이다. (다만 각 법관마다 생각하는 배상 액수에 차이가 있었다.) 여하튼 대법원에서는 만장일치로 스티븐스 부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프리미엄이 fiduciary duty를 어겼다고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fiduciary duty란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와 믿음을 지켜야할 광범위한 의무를 뜻하는데, 한국에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또는 줄여서 선관주의의무(善管注意義務)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법원은 프리미엄이 스티븐스 부부에게 $659,813을 배상하고, 이미 받았던 에이전트 코미션 ($67,050)을 반환 하라고 명령하였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집을 파는 사람의 에이전트, 즉 대리인이다. 집 주인의 위임 또는 의뢰를 받아 집을 팔거나 구매자를 연결해주고 매매가 성사 될시에 그에 대한 수수료/복비를 받는 사람이다. 즉 부동산 에이전트는 어디까지 집주인의 에이전트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집을 사고자 하는 분들이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부탁하여 집을 보러 다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에이전트는 어디까지나 집주인의 대리인으로서 집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집주인의 권익을 살피고 신의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위의 소송건에서는 프리미엄은 집주인인 스티븐스 부부의 대리인으로서 충성(loyalty)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마호누이가 부동산 투기꾼 (법원은 'property speculator'라는 단어를 사용했다)이라는 사실을 감추었고 또한 마호누이가 집을 되파는 목적이 아닌 거주의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처럼 스티븐스 부부를 현혹시켰기에 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

법원은 나아가서, 만약 마호누이가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것이 비밀이었고 프리미엄이 이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면 그것또한 상층되는 두개의 의무를 떠안은 사람 (즉, 프리미엄)의 잘못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번호에서 소개한 판례가 차후 부동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 에이전트는 어디까지나 집주인의 대리인이고 집주인에게 신의를 지켜야할 의무(fiduciary duty)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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