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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0 개 1,024 수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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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진 도심의 거리가 스산하다. 그 속을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덤덤하다.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걷다보니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가 보다.  시청 앞에서는 몇 십 명 되는 중년 남성들이 군집하여 농성을 벌리고 있다. 머리에 흰 띠를 동여맨 젊은이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늘어놓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주먹 쥔 오른팔을 힘껏 들어올리며 ‘반대한다! 반대한다!’.를 외친다. 농산물 수입반대 현수막이 걸려있으니 시골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집회인가보다.  그 일로 번화가가 막혀 교통이 두절되고 있다. 관철되어야 할 자신들의 뜻을 세우는 데 정신이 없어서 차량 혼잡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곳을 빠져나와 명동을 거슬러 오르는데 이번엔 소형트럭이 대로변 옆에 주차해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어 살피니 양배추 한단에 천원이라고 써 붙인 현수막이 보인다. 현지농민의 영업차량인가보다.  차주는 모여드는 사람이 신통치 않았던지 연실 확성기에 대고 천원을 외쳐댄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인과 늙수그레한 노인, 젊은 아가씨가 길을 가다가 쌓아놓은 양배추 더미를 보고 기웃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물건을 골라 흥정하느라고 트럭주변이 혼잡하다. 쌈직한 물건을 놓고 이윤을 계산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차주는 더 많은 행인들을 부르려는지 계속 확성기에 대고 소리친다. 자신의 말소리가 도시 소음이 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다.

 

같은 업종의 사람이라 해도 한쪽에서는 군중심리에 몰려있고 또 한쪽에서는 개인생각에 몰두해 있으니 사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순간을 선택해 살아가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사는 모습도 미물과 다를 게 없어서 개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보면 퍽 재미있다. 그들은 열심히 길을 가다가도 웬일인지 어느 지점에 도착하여 머뭇거리기도 하고 저보다 덩치 큰 먹잇감을 갖고 오느라고 끙끙대기도 한다. 항시 일렬로 서서 자기 앞의 개미 뒤를 바짝 쫓아가는 줄 알지만 더러는 무엇을 잊었는지 아니면 유혹에 휘말렸는지 긴 행로에서 이탈되는 놈들도 있다. 그렇게 길 위에서 잠시 헤매긴 하지만 과연 제집을 찾아드는지 의문스럽다.

 

우리는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길 위를 날마다 걸어 다니며 산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고 한눈을 팔게 되면 엉뚱한 길에서 서성이다 하루해를 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세상살이에 선과 악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길이 좋고 어느 길이 나쁘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먼저 가야 할 길이 있고 시나브로 가야 될 길이 있을 뿐이다. 더 편안한 길이 있는가 하면 험난한 길도 있어서 잘 살펴보고 가야 한다. 어떤 때 잘못 판단하여 힘들고 어려운 길을 돌아 나오다 뒤 늦게 평탄한 길을 찾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 접어들지 않으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외딴길을 헤쳐 나올 때면 지옥을 경험한 듯 놀라게 된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면 내가 선택한 길은 엉킨 실타래의 한 가닥이나 다름없다. 왜 나의 길에 열정을 바치고 인생을 바쳤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그 길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비밀에 부쳐진 예약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전자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버릇이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에 행동으로, 행동은 정신과 이어지면서 자신의 길에 몰두하게 되었을 것이다. 왜 그 많은 길 중에서 한 가닥만을 고집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기에 목숨 걸고 뛰어 다녔다. 자신이 선택한 길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이 나를 만들어준 길, 내가 밟아온 길들은 나의 정열과 나의 혼을 쏟아 부은 특별한 길이어서 행복과 불행도 그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만은 없다.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마음을 쏟기도 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칠 때도 많다. 목적한바가 정당한 것이지 그것이 만인을 위한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기도 전에 욕심부터 앞세우기도 한다. 올해 핀 장미가 내년에 똑같은 꽃이 될 수 없듯이 단 한번 주어진 인생길이기에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의미있는 길을 가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게 마련이어서 우리의 인생길도 반드시 끝나는 지점이 있다.

 

명예를 위해, 부를 위해, 예술을 위해, 출세를 위해 뛰다가도 병들고 늙어지면 그 길 역시 목숨과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길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뜻을 세우고 달리던 길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다. 다만 중도에 멈춘다 하더라도 그만큼 걸어갔다는 자체가 중요해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다만 이승을 떠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도라가기 위해 양심을 버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잠자리에 누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질책보다 격려와 찬사가 많아서 군중심리에 휩쓸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건 아닌지, 내 욕심만 차리다가 남에게 누를 끼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가정에 충실하기보다 사회생활에 더 바빴던 세월은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길이었으며 앞만 보고 걷다가 더 아름다운 옆길은 놓치지않았는지, 남이 가는 길이라고 나 자신도 모르면서 부화뇌동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다양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마다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의 길이 아니라 모두가 이로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아무렇게나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뒤돌아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위해 모두 제 갈 길을 열심히 걸어가듯이 나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길이 아니라 진정 나 자신을 위한 문학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

■ 박 종숙 

수필문학상, 강원문학상, 강원수필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김규련문학상 수상

수필집 <<호수지기>>, <<내 영혼의 강가에서>>, <<호수보다 깊은 침문>>, <<호반의 축제>>, <<호반에 그린 달빛>>, <<점 하나의 의미>>, 수필선집 <<노을이 타는 강>>, <<바다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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