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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째 30도를 넘어가는 무더위가 기승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여름이 이렇게 더웠던가..
10년을 넘게 산 뉴질랜드의 날씨는, 문득문득 아직도 낯설고 종잡을 수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더웠던 적은 내가 겪어본 날들 중엔 없었던 것 같다.
숨이 막히게 더운 열기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여름 날을.. 이 여름이, 이 무더위가 끝날 거 같지 않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다지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좀 더 힘든 여름일수도 있다. 이 긴 여름이 아니 무더위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래본다.
털이 길고 숱도 많은 우리 고양이는 몇 걸음만 걸어도 혀를 내밀고 헉헉 거리기까지 한다. 보기만해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털이 많은 이 아이들에겐 더 힘든 여름일 것이다. 한 여름에 털코트를 입고 있는 것과 같이 더울테니 말이다.
올 여름은 시작과 함께 세상이 들썩이고 있는 것 같다. 호주의 길고 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꺼지지 않는 산 불이 그랬고, 그리고 최근에 번져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전세계 뉴스를 강타 중이다. 이제 2월초인데 지구상의 이슈들은 굵직굵직하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예전에는 누군가의 타인의 일이라고 느꼈었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이 일들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호주의 산불로 날아온 재들이 뉴질랜드의 하늘을 뒤덮어 하늘이 뿌옇기도 하고, 날씨는 더워지고, 그리고 한국을 갈때면, 중국을 경유하기도 했던 건 딱히 특별한 경험도 아니었다.
그런 일들이 일상이 되고, 지구상의 이슈가 혹은 뉴스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해서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시작부터 요란한 2020년은 그렇게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느낌을 준다. 남은 2020년은 더 많으니 또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이젠 좋은 일들로 세상이 조금 떠들썩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혼족[일명: 혼자사는 족속]을 일컫는 단어들과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나마, 호주같은 산불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 돕고, 돌보고,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들을 다시금 보게 된다.
이 날들이 혼자사는 사람들에게도 같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기회이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혼자이더라도 누구나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걸 잊게되는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함께 사는 세상이 사라진 세상은 아닌 것을 뉴스를 보면서 느꼈다.
불타버린 숲 속에서 죽어가는 동물들, 상처받은 동물들을 살리려는 캠페인들이 넘쳐나고, 호주를 도우려는 후원도 줄을 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힘든 시간을 함께 살아내고 응원하고 있다. 그러니 같이 살아가고 있는 누구든, 옆에서 힘내어 함께 살아만 주어도 힘이 된다는 걸..
얼굴모르는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