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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 경림
철물점 지나 농방(籠房) 그 건너가 바로 이발소
엿도가에 잇대어 푸줏간 그 옆이 호떡집, 이어
여보세요 부르면 딱부리 아줌마 눈 부릅뜨고
어서 옵쇼 내다볼 것 같은 신발가게.
처음 걷는 길인데도 고향처럼 낯이 익어.
말이 다르고 웃음이 다른 고장인데도,
서로들 사는 것이 비슷비슷해 보이고.
그러다 내 고장에 와서 나는 남이 된다,
큰 길도 골목도 달라진 게 없는데도.
너무 익숙해 들여다보면 장바닥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로 가득하고,
술집은 표정 모를 얼굴들로 소란스럽다.
말이 같고 몸짓이 같아 오히려 낯이 서니
서로들 사는 것이 이렇게도 다른 걸까.
나와 세상 사이에는 강물이 있나보다.
먼 세상과 나를 하나로 잇는 강물이, 그리고
가까운 세상과 나를 둘로 가르는 강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