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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닛키>의 성공 이후, 그와 같은 호러/미스테리류의 인디 게임이 주르르 출시되며 8-비트 RPG 쯔꾸르는 공포 게임에 최적화된, 전용 툴이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 그러나 클리셰가 반복되면 곧 그것을 부수는 기라성이 튀어나오기 마련.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1년 선보여진 <To The Moon> (이하 투 더 문) 은 쯔꾸르를 통해서도 공포뿐만이 아닌, 부족한 그래픽으로도 사람의 감성을 휘젓고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게임이다.“어떻게 해야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왜 이 게임이 훌륭한지 설명할 수 있을까요?”(Eurogamer),“단순하면서도, 가슴을 메이게 하고,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GamerPro) 등, 다양한 평론가들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점수와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한 나이든 남자의 소원:‘달에 가고 싶다’. 그리고 그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현장에 도착한 두 사람, 에바 로잘린 박사와 닐 와츠 박사.‘지크문드 인격 형성 사무소’의 직원들인 그들이 의뢰자의 바람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기억 조작이다.
플레이어는 박사들의 시점에서 이 다소 엉뚱한 요청을 한 노인 ‘조니 와일즈’의 과거를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차례차례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며, 각 연령대별로 조니의 인생에 있었던 사건들, 그리고 그로 하여금 이 소원을 가지는 계기가 된 조니의 아내이자 소꿉친구였던‘리버’와의 약속을 관찰하게 된다.
게임 자체는 쯔꾸르 툴로 제작된 만큼 단순하기에 그래픽이나 복잡한 시스템 등에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는 반면, 제작자 칸 레이브스 가오(Kan Reives Gao)는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하여 훌륭한 음악과 복선에 복선을 쌓는 드라마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을 극대화시켰다.
이 게임의 모든 요소는 스토리텔링에 사용된 일부이며 동시에 게임의 비밀을 담고 있는 장치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 더 문>이 극찬을 받은 포인트 중 하나인 음악은 제작자인 가오가 주로 작곡하였으며, <식물 대 좀비> 로 유명한 로라 시기하라(Laura Shigihara)가 일부 참여해 피처링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유명한 노래라면 게임 제목과 동일한, 본작의 테마곡이기도 한 <To The Moon>일 것이다.
이 노래는 <For River> (리버를 위하여) 라는 제목으로 변주되어 재생되기도 하는데, 위에서 언급했듯 음악을 복선으로 사용하는 게임의 스타일상, 반복적인 멜로디와 제목은 조니의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의미를 차지한 사람이었던 리버를 암시한다.
고기능성 자폐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동시에 가져 타인과의 교감에 극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리버, 그런 그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음에 괴로워했던 조니. 두 사람의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엇갈림 때문에 조니는 그런 불가능한 꿈을 꾼 것일까. 하지만 두 박사들의 그런 막연한 예상과는 달리 - 그리고 플레이어들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 게임은 그 엇갈림의 연이 생각보다 깊음을,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와 감정 - 사랑에서부터 죄책감까지 - 의 영향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고,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진행을 하다 보면 반드시 눈물바다가 되고야 만다는 것으로 악명 높은(?) 감성 게임 <투 더 문>. 그 감동의 깊이가 본인에게는 어느 정도일지는 직접 플레이를 해봐야지만 알 것이다. 어떤 것들은 말로만 들어선 알 수 없는 법이니까.
♣ 본 칼럼은 이 글이 다루는 게임의 주요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누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에겐 일독을 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