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보행자용 현수교(swing bridge)’가 될 다리의 이미지가 공개됐다.
자연보존부(DOC)는 이 공사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진행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다리는 ‘아오라키/마운트쿡(Aoraki/Mount Cook) 국립공원’에 있는 인기 트레킹 코스인 ‘후커 밸리(Hooker Valley) 트랙 상류의 후커강을 가로지르는 189m 규모의 다리이다.
기존 다리는 교각 부근의 강둑이 침식되는 문제로 올해 4월에 폐쇄했으며 새 다리가 이를 대신하게 된다.
공사는 지난 8월부터 시작했지만 이후 악천후와 자연재해가 연달아 닥쳐 작업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DOC는 강풍과 폭설 등 극단적인 날씨가 공사 일정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자체 기상 관측소가 있는데 평균 풍속이 시속 80~150km에 이를 정도로 날씨가 거칠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큰 구조물을 이런 환경에서 세우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라면서, “날씨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곳이라, 그저 맑고 잔잔한 날씨 속에서 무사히 일과를 마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은 교량 지지대 기둥 천공을 마친 상태로, 풍력 앵커 천공과 콘크리트 기초 타설 작업이 진행 중인데, 공사 팀은 내년 초부터 교량 케이블 조립 작업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독특한 교량의 디자인을 맡은 ‘DC Structures Studio’의 관계자는, 국내에서 경간이 가장 긴 보행자 전용교를 이처럼 상징적인 장소에 세우는 일은 대단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보행자 진동과 풍동 역학을 고려한 최첨단 설계를 적용했으며, 깨끗한 자연경관에 부담 없이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는데, 현장에서는 최근 악천후와의 싸움 탓에 이 다리를 ‘괴수(beast)’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애시 로저스(Ash Rogers) 공사 감독관도 태평양 연안과 뉴질랜드 전역, 밀퍼드 트랙 등지에서 난도가 높은 수많은 교량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이번 공사가 스트레스 면에서는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봄에는 폭설과 강풍이 겹치면서 창고와 장비가 가파른 비탈 아래로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고 전하고, 공사가 끝나면 차를 마시며 편안히 쉬거나, 바람 한 점 없는 조용한 곳에서 푹 쉬며 재충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DOC 지역 관계자도, 앞으로 몇 달간 다리가 점차 모습을 갖추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면서, 완공되면 자연을 사랑하는 이에게 그 자체로 하나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리가 길어서 건너는 동안 짜릿한 경험과 동시에 주변 봉우리의 웅장함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다리의 개통은 내년 늦은 가을쯤으로 예상되는데, 관계자는 날씨 때문에 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기상이 안정돼 건설팀이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후커 밸리 트랙은 첫 번째 현수교를 지나 뮐러(Mueller)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까지는 개방돼 있지만 상류 구간은 다시 공사로 인해 통제하고 있다.
최근 DOC는 일부 방문객이 울타리와 출입문을 넘어 공사 구간에 들어가는 사례가 확인돼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접근 금지와 함께 이 구간을 출입하지 말도록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