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너도밤나무(beech)’ 씨앗이 예년보다 훨씬 많이 맺히면서 토종 조류에게는 극히 위험한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자연보존부(DOC)가 너도밤나무 상황을 모델링한 결과, 이번 봄에 꽃이 많이 피면서 가을에는 수조 개에 달하는 씨앗이 땅에 떨어져 설치류와 조류가 함께 먹이 잔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DOC는 올해는 7년 만에 ‘씨앗 풍년(mast seeding)’이 된다고 예상하면서 너도밤나무가 폭넓게 자라는 남섬의 북부 카후랑기(Kahurangi)에서 남부의 피오르드랜드에 이르는 남섬 서부에 해충 방제 조치에 나선다.
보존 생물학자인 제임스 러셀(James Russell) 오클랜드 대학교 교수는, 쥐와 족제비(stoats)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들이 먼저 씨앗을 먹은 다음에는 토종 새를 보충용 먹이로 잡아먹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예상되는 조류 대량 학살은 토종 동물 종에게는 멸종 수준의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1999년 너도밤나무 씨앗 풍년에서 발생한 쥐 떼 출몰(rat plague)로 남섬 북부의 스토크스(Stokes)산에서 지역의 ‘mohua yellowhead’ 마지막 개체군이 사라진 바 있다.
러셀 교수는 과학은 이러한 대량 살상 사건이 언제 발생할지, 그리고 토종 종에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해충 발생에 대해 적절한 계획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마스트 파종’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순환적 현상이며 전략적 해충 방제는 이 사태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해충이라는 댐에 난 구멍을 막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비유했다.
그는 ‘Predator Free 2050 프로젝트’는 해충 박멸을 목표로 해 이를 통해 모든 번식 해충이 제거한다면서, 사우스 웨스트랜드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작업이 진척돼 프란츠 조셉과 오카리토(Okarito)와 같은 마을에는 이제는 쥐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1080 항공 방제 작업은 올해 말 가을에 씨앗이 떨어지기 전과 2026년 말 씨앗이 발아한 후 등 두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인데, DOC 관계자는 향후 2년 동안 평소보다 더 큰 규모의 관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작업은 카후랑기, 마운트 아스파이어링, 아서스 패스,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대상으로 초점을 맞춰 실시하는데,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토착종이 멸종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모후아 중 일부는 현재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포식자가 급증하면 그들마저 잃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DOC의 모니터링 결과 시기를 적절하게 맞춘 항공 방제를 통해 포식자 급증을 막아 새와 박쥐가 성공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너도밤나무 씨앗 풍년이 되면?>
뉴질랜드 국토의 약 1/4은 여전히 자생림으로 덮여 있으며 그 면적은 약 640만 헥타르인데 이 숲 중 너도밤나무가 있는 지역이 2/3인 400만 헥타르에 달한다.
또한 이 중 약 절반은 너도밤나무만 자라고 그 면적만도 약 200만 헥타르에 달할 정도로 광활한데, 이처럼 너도밤나무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풍부한 삼림수이며 특히 남섬은 대부분이 너도밤나무 숲이다.
이 나무는 2~6년마다 씨앗을 맺으며 이를 ‘마스팅(masting)’이라고 하는데, 그런 해에는 대부분 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며 3월부터는 씨앗이 익으면서 6월경까지 땅으로 떨어뜨린다.
너도밤나무는 수백만 개의 씨앗을 생산할 수 있으며 많으면 1헥타르당 무게가 약 250kg이나 되는 약 5천만 개에 달하는 엄청난 씨앗을 떨어뜨린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씨앗이 떨어지고 겨울까지도 씨앗이 주변에 널리면 토종 새의 먹이가 풍부해지지만, 이는 쥐에게도 마찬가지라 쥐 숫자도 급증하는데, 몇 달 후에는 이 쥐를 잡아먹는 족제비 숫자도 따라서 급증한다.
그러면 설치류 숫자가 점차 감소하면서 족제비 숫자도 줄어들기는 하지만, 족제비는 조류를 비롯한 상당한 숫자의 토종 동물을 잡아먹기 전까지는 그 숫자가 줄지 않으면서 결국 토종 동물에게는 큰 위기가 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