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노동당이 부동산에 한정된 자본이득세(CGT: Capital Gains Tax)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본격적인 정책 행보에 나섰다. 이번 방안은 가족 주택과 농장을 제외한 투자용 부동산 매매 이익에 대해 28%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RNZ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정책은 노동당 의원총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승인되었으며, 2027년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보유 자산에는 소급되지 않으며, 세금은 새롭게 발생하는 부동산 거래 이익에만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수개월간 이어진 내부 논쟁 끝에 확정된 것으로, 노동당은 ‘부의세(Wealth Tax)’ 대신 제한적 자본이득세(CGT) 를 택했다. 이 정책은 RNZ가 연휴 기간 중 관련 문건을 단독 입수하면서 조기 공개되었다.
노동당은 세수 확보 방안을 구체적 복지정책과 연결했다.
새로 도입되는 자본이득세 수입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연간 무료 일반의(GP) 진료 3회를 제공하는 ‘메디카드(Medicard)’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메디카드는 출생 시 또는 영주권·시민권 취득 시 자동 발급되며, GP 진료 시스템과 연동돼 진료 횟수 및 사용 내역을 관리하게 된다.
최근 RNZ-리드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투자용 부동산 자본이득세 도입에 찬성, 36%는 반대, 22%는 유보 의견을 보였다.
찬성 측은 “부동산 투기 억제와 공정한 세제 개편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평가하는 반면, 반대 측은 “세부담 증가와 부동산시장 위축 우려”를 제기했다.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노동당 대표는 “이번 조치는 특정 계층을 겨냥한 부자증세가 아니라, 공정한 세제 복원과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실용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힙킨스 대표는 지난해 총선 패배 후 “모든 세제 개편 가능성을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번 정책 발표는 그 약속의 첫 구체적 결과물이다.
노동당의 자본이득세 논의는 2011년 필 고프(Phil Goff) 대표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됐으나, 2019년 당시 재신다 아던(Jacinda Ardern) 전 총리가 연정 파트너 NZ First의 반대로 철회하면서 중단된 바 있다.
ACT당 대표이자 부총리인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세금정책(divisive tax policy)’”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뉴질랜드는 이미 OECD 평균보다 높은 세수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 부족이 아닌 정치적 포퓰리즘을 이유로 특정 집단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모어 부총리는 이어 “매번 다른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세금을 부과하는 구태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며 노동당의 접근 방식을 ‘톨 포피 신드롬(tall poppy syndrome·성공한 사람을 깎아내리는 심리)’에 빗대 비판했다.
노동당의 이번 세제 공약은 2026년 총선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불평등이 사회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힙킨스 대표는 세제 개편과 의료복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민 설득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당은 “부동산 시장 불안과 세금 회피 가능성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자본이득세 논의는 ‘공정한 부담이냐, 새로운 부담이냐’를 둘러싼 국민적 논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