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가 내려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택이 부를 얻는 유일한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뉴질랜드인들에게 부동산은 재정적 미래를 보장하는 기본 투자 수단이었다.
“뉴질랜드는 부동산 시장에 나머지 경제가 덧붙은 나라”라는 오랜 농담이 있을 정도로, 국민 대부분은 집값 상승을 간절히 바라는 정서를 공유한다.
현재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기준금리(OCR)를 인하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VR) 규제를 완화하며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LVR 규칙은 흔히 ‘속도 제한(speed limits)’이라 불리며, 낮은 예치금으로 대출받는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제한하는 제도다. 은행은 예치금이 20% 미만인 고객에게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까지만 빌려줄 수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예치금 20% 미만의 대출을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5%(기존 20%)까지 허용받게 된다. 투자자들도 완화 혜택을 받으며, 30% 미만 지분으로 대출할 수 있는 비중이 기존 5%에서 10%로 늘었다. 이는 침체된 주택 시장 속에서 첫 주택 구매자와 투자자 모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한편 주요 은행들은 이번 주 광고에서 4.49% 수준의 낮은 금리를 내세우며 수요 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다시 묻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부를 쌓는 가장 확실한 길은 여전히 부동산뿐일까? 아니면 이제 다른 자산을 고려해야 할 때일까?”
심플리시티(Simplicity)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샤무빌 이아쿱은 “뉴질랜드가 부를 오직 주택에만 의존한다는 건 일종의 신화”라고 말한다.
그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최근 자산 구조에서 금융 자산과 개인 사업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가계 순자산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형태로 묶여 있다.
이아쿱은 “이는 나쁜 현상이 아니다. 주택은 단순한 금융 자산을 넘어 주거 안정, 지역사회 소속감, 위기 시의 보호라는 비금전적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건 여전히 타당하지만, 과거 세대처럼 폭발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 되리라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택은 훌륭한 투자였지만, 이제는 다른 자산처럼 오르내릴 수 있다.”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집값은 항상 오른다”는 단순한 믿음 위에 서 있었다.
이는 가족들에게 세금 없는 자본이득을 가져다주며 많은 중산층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고점을 찍은 뒤 집값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높은 금리와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가치 상승은 정체된 상태다.
커널 웰스(Kernel Wealth) CEO 딘 앤더슨은 “주택 시장의 정체는 오히려 국가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최근엔 2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이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과 ‘키위세이버(KiwiSaver)’를 통해 꾸준히 자산을 쌓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는 세대적 전환이자 새로운 투자 문화의 형성이다.”
앤더슨은 “주택담보대출은 강제로 저축 습관을 들이게 하지만, 금융투자는 스스로 규율을 유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 세대의 부동산 성공은 그들의 투자 실력보다는 40~50년간 이어진 금리 하락과 맞벌이 증가 효과에 기대었다”며 “그 시절의 상승 패턴이 미래에도 재현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이 부동산을 덜 변동적인 자산으로 생각하지만, 만약 집값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앱이 있다면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은 가치 유지와 수익 창출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프리미엄 투자자문사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닉 브런스든은 “이전 노동당 정부의 ‘헬시홈스(Healthy Homes)’ 정책 이후 민간 임대주택 기준이 높아져, 투자자들의 유지관리 책임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은 손이 가는 실물 자산이지만, 주식과 채권은 그렇지 않다”며 “기술 발전과 투자 플랫폼 확산으로 주식·ETF 등 대체 투자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즉시 확인하며 관리할 수 있다.
브런스든은 “투자는 ‘하나 아니면 다른 것’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많은 키위세이버 가입자들은 주식 자금을 모아 첫 주택 예치금으로 사용하거나, 반대로 대출을 갚으면서 동시에 은퇴자금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교훈은 간단하다. 자산을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다. 시장은 10년 전, 20년 전의 규칙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미래의 부를 오직 부동산에만 걸어두는 것은, 어떤 자산에나 내재된 불확실성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Source: Stu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