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의 10월은 단순히 봄의 따스함만을 담고 있는 달이 아닙니다. 이 시기에는 과거의 역사와 현대의 문화가 나란히 어깨를 맞대며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교민들에게도 이 특별한 달은 기억과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10월 28일은 뉴질랜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날입니다. 바로 라 마우마하라(Rā Maumahara), 뉴질랜드 전쟁을 기억하는 날이지요.
이 날은 19세기 유럽 정착민들과 마오리 부족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을 기리는 날로, 단순히 전투를 추모하는 의미를 넘어 정의와 땅,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자리입니다.
많은 마오리 공동체는 이 날을 통해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 곧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전합니다. 교민들에게도 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땅에 뿌리내린 이민자의 삶 역시, 기억과 정체성을 지켜내는 과정 속에서 꽃피우기 때문입니다.
한편, 같은 달의 끝자락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할로윈입니다.
원래 켈트족의 전통에서 비롯된 이 축제가 이제는 뉴질랜드 곳곳에서 어린이들의 환호와 함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서는 아이들이 귀여운 유령과 마녀, 슈퍼히어로로 변신해 집집마다 초콜릿과 사탕을 받으러 다니지요.
교민 자녀들에게는 이 할로윈이 또 다른 추억이 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분장하고, 가족들과 동네를 돌며 사탕을 모으는 경험은 "뉴질랜드의 현재"를 살아가는 특별한 기억이 되지요.
흥미로운 것은, 라 마우마하라와 할로윈이 같은 달에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깊은 역사적 성찰과 공동체의 기억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즐겁고 가벼운 축제를 통해 가족과 이웃이 함께 웃는 문화를 만듭니다.
뉴질랜드의 10월은 마치 두 얼굴을 가진 달과 같습니다.
한쪽 얼굴은 과거를 돌아보며, 정체성과 뿌리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다른 얼굴은 현재를 즐기며 가족·이웃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축제를 보여줍니다.
우리 교민들에게도 이 두 가지는 큰 울림을 줍니다.
이민자로서의 삶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지켜내는 것.
동시에 새로운 문화 속에서 즐거움과 활력을 받아들이는 것.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야만 교민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균형 있게 빛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월은 단순히 "봄날의 달력 한 장"이 아니라, 기억과 축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만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