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십 년 사이 남극 관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과연 이 얼어붙은 대륙이 관광객의 폭증을 버틸 수 있을지 과학자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관광객 대부분은 남미 티에라델푸에고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 남극 반도로 향한다. 관광은 여름철에만 이뤄지지만, 방문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1994/95 시즌에는 약 8,000명 수준이었으나, 2023/24 시즌에는 12만 2,000명을 넘어섰다.
크라이스트처치 국제 남극센터의 데이비드 케네디 소장은 ‘라스트 찬스 투어리즘(사라지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심리)’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도 늘었고, 기후변화 때문에 사람들이 ‘사라지기 전에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극에서는 여행 브이로그, 마라톤 대회, 심지어 결혼식까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광객 증가가 수백 곳의 탐방지와 야생동물 번식기에 미칠 누적 효과를 우려한다.
캔터베리대학 남극연구센터의 다니엘라 리게트 교수는 관광 시즌은 새들의 번식기와 겹친다며 사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광객 수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거나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투어 허가는 남극조약 참여국들이 각자 내고 있으며, 관광 관리 체계 마련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국제 남극 관광 운영자 협회(IAATO)는 안전과 환경 보호 기준을 지키지 않는 업체를 퇴출시킬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본사가 있는 남극 투어를 제공한 최초의 민간 기업 중 하나인 헤리티지 익스페디션(Heritage Expeditions)은 뉴질랜드 법에 따라 정부 감시관을 동반하며 투어를 진행한다. 상업 담당 아론 러스는 사람들이 남극을 직접 보면 보존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통제된 관광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크루즈선의 잦은 정박으로 바닷속 앵커와 쇠사슬이 해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모습도 확인됐다. 연구자들조차 관광업과 가치가 맞지 않아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관광객보다 남극에 주둔하는 70여 개의 과학기지와 연구진의 환경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 기지가 손상되지 않은 지역에 계속 세워지고 있는데, 남극조약도 이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치면서 해결은 쉽지 않지만, 올여름에도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남극에서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