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여성 창업기업이 벤처 투자 시장에서 사실상 소외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체 투자금의 3%도 채 되지 않는 비율만이 여성 단독 창업 기업에 흘러가고 있으며, 창업 열 곳 중 단 한 곳만이 투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대학교가 실시한 ‘성별 투자 격차(Gender Investment Gap, GIG)’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뉴질랜드 벤처캐피털 20개 펀드가 총 1억6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여성 단독 창업 기업에 돌아간 금액은 약 460만 달러에 그쳤다.
연구 공동 설립자인 제니 러드(Jenny Rudd)는 “수치가 충격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그 격차 자체가 더 심각하다”며 문제의 핵심은 “백인 남성 중심의 투자 구조”라고 강조했다. 러드에 따르면 뉴질랜드 벤처 투자의 85~90%가 백인 남성 투자자들의 손에 있고, 그들은 자신과 닮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창업자에게 자금을 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은 투자 편중으로 자금은 소수의 남성 창업자에게 집중되며, 결과적으로 대형 기업을 성장시킬 자원도 이들에게만 따라붙는다. 러드는 “이 때문에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은 남성이 이끈다고 믿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여성 창업 기업이 투자를 받더라도 규모는 남성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고 지적하며, “이 수치는 투자업계 전체에 보내는 경종”이라고 말했다.
러드는 “기업가정신은 성별에 국한된 능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특정 집단만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뻔하다”며 “투자자들이 여성 창업가에게 ‘예스(yes)’라고 말하기 시작해야만 변화가 온다”고 강조했다.
여성 창업에 대한 투자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는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연구가 여성을 중심으로 한 기업이 남성 기업보다 투자 대비 성과가 크다고 일관되게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UN)의 최근 보고서 역시 여성 주도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세계 경제에 5조 달러, 뉴질랜드 경제에만 320억 달러의 추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클랜드대학교 크리스틴 우즈(Christine Woods) 교수는 “벤처 투자가 여성 기업에 이토록 적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젊은 여성 창업가 지망생들에게 설명하기조차 힘들다”며 “공정성을 인식하고 더 나은 지원을 향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성별 투자 격차 연구를 공동 설립한 데임 테레사 가통(Dame Theresa Gattung) 역시 “여성 기업은 뉴질랜드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잠재력”이라며 “여성에게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옳은 선택일 뿐 아니라 가장 스마트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 정책결정자, 기업 지도자 모두가 이제는 나서서 최고의 아이디어가 성별과 무관하게 공정하게 자본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