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전 총리 제프리 팔머 경(Sir Geoffrey Palmer)이 뉴질랜드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흐름 속에서 뉴질랜드도 안정성과 견고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팔머 전 총리는 국회의원 4선을 지냈으며, 영국 추밀원 위원, 국제사법재판소 판사, 뉴질랜드 법률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빅토리아 대학 법학부 명예 펠로우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곧 출간될 저서 '뉴질랜드 민주주의를 구하는 방법 (How to Save Democracy in Aotearoa New Zealand)'과 관련해 인터뷰를 가졌다.
팔머 전 총리는 “민주주의에는 부패와 퇴보가 서서히 스며든다. 이를 제때 막지 못하면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권위주의가 번성하게 된다”며 “이 책을 통해 뉴질랜드 민주주의가 국제적인 위협을 견딜 수 있도록 최대한 견고해야 한다는 확신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국제 관계의 붕괴 지적
그는 해외에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이 무시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사례를 언급하며 국제 규범의 붕괴를 지적했다.
팔머 전 총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뉴질랜드가 반드시 그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나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분명히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 절차의 약화 비판
그는 뉴질랜드 내부 문제로 의회 절차가 약화된 점을 지적했다. 특히 연이은 정부들이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 위해 ‘긴급 처리(urgency)’ 절차를 남용해 법안 심사 과정을 생략하는 관행을 비판했다.
팔머 전 총리는 “법안을 제대로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데, 국회가 충분히 열리지 않고 있다”며 “의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부 시스템은 방대하다.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책임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부터 국회의원 수를 늘려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의 불신, 민주주의 흔드는 가장 큰 위험”
팔머 전 총리는 “국민은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의회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국민이 의회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도 속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없고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면, 결국 파국의 길로 간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한 정부 형태라며,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