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간 뉴질랜드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해온 주택시장이 더는 예전과 같은 활기를 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는 다음 단계의 ‘활력’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주택부 장관 크리스 비숍의 ‘주택혁명’은 부의 창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리고 어느 세대가 경제적으로 가장 불리한 상황에 놓였을까? 경제학자 로이드 버가 이에 대해 자세히 분석했다.
과거 주택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이슈였다. 주택 소유자와 투자자들이 상당수의 유권자를 구성하기에, 정치인들이 이들을 자극할 경우 큰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2013년 녹색당 공동 대표 메티리아 튜레이가 집값 인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국민들의 충격이 컸고, 결국 본인이 사과한 바 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주택부 장관인 크리스 비숍은 집값 인하를 명확히 주장하며,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주택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다.
비숍 장관은 부동산 투기와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과 부의 주된 원동력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현 세대 이하 세대들은 부의 축적을 위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숍은 “집값이 매 10년마다 두 배로 뛰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주택구입 경쟁에 대한 집착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경제 전반에 큰 변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지난 수십 년간 정치권이 주택문제의 근본 원인 해결 대신 수많은 부차적 정책에 매달려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면 첫 주택 구매자 보조금, 주택 대출, 양도소득세 논란, 임대인의 이자 비용 공제 허용 등이다.
비숍 장관은 이러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도시 밀집화 정책을 강화해 아파트와 다중주택 건설을 촉진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오클랜드 시티레일 링크 역 주변에는 최소 15층 건물, 주요 교통지점에는 최소 10층 건물 허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현행 1300여 개에 달하는 지구지정 구분을 획기적으로 줄여 일본 수준의 13개로 단순화하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이 고가 500만 달러 이상의 주택을 사들일 수 있도록 일부 외국인 투자자에게 허용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노동당 등은 부유층들의 주택 구입 허용이 중산층 주택 구매를 더욱 어렵게 하고 시장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하지만 럭슨 총리는 고가 주택이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하다며 “실제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임을 강조한다.
비숍 장관은 주택 공급 확대가 경제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도시가 생산성의 엔진이며, 주택 문제 해결이야말로 경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학자 샤무빌 이콥은 비숍 장관의 정책을 ‘혁명적’이라 평하며,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큰 이익을 보았으나 현재 세대는 그렇지 못하며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택이 고비용이 아니면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저축과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개인 사업, 농장 투자, 금융저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비숍 장관은 자신이 추진하는 주택개혁에 강한 반대가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주택 개혁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종종 시의회 회의에서 목소리를 내지만,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콥 교수는 높은 가격의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이들이 주택 매매 부진을 개혁 탓으로 돌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팔려고 내놓은 주택은 많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며, “구매할 자금력이 있는 사람이 적다”고 분석했다.
Source: Stu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