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고 대학 연구 결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환자 진료 기록을 작성하는 의사들이 시간이 크게 절약되는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는 반면, 정확성 문제와 윤리·법적 감독 미비, 데이터 보안 및 환자 동의 문제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약 200명의 건강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40%가 AI를 환자 노트 작성에 사용하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생명윤리학자 앤젤라 발런타인 교수는 AI 도구를 사용한 의사들의 약 75%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주요 장점으로는 매일 30분에서 2시간까지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환자와 대화하면서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돼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하지만 부정적인 경험을 한 의사들은 AI가 작성하는 기록이 너무 길거나 오류(‘환각’이라 불리는 허위 정보 포함)가 섞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때로는 중요한 의학적 소견이나 핵심 내용이 누락되거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발런타인 교수는 특히 젊은 신임 의사들이 이러한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자신의 비판적 사고 능력 개발에 지장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했다.
“임상 기록 작성은 단순 행정 작업이 아니라 인지적, 비판적 사고가 요구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임상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는 바로 ‘두뇌’이며, 이를 통한 사고를 기대한다. 때문에 AI 활용 현황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활용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의사들은 작성된 내용을 꼼꼼히 점검하고 수정을 거쳤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검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한 환자 동의 절차 및 사용 소프트웨어 종류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사 대상자의 약 2/3는 소프트웨어 약관을 검토했고, 약 60%는 환자 동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조사 당시 상황은 다소 ‘와일드 웨스트’ 같았고, 일반 개업의(GP)들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형국이었다”고 발런타인 교수는 말했다.
헬스 뉴질랜드(Health NZ)는 현재 AI 임상 기록 작성 도구 ‘하이디 헬스(Heidi Health)’와 ‘아이메드엑스(iMedX)’를 공식 승인했으며, 올해 말 의료위원회(Mediaical Council)에서 환자 동의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AI 도구는 의료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보다 엄격한 규제와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의료진은 매우 바쁘고 업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AI 도구는 큰 도움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다 중앙집중적인 규제와 관리 체계가 마련돼, 일반 개업의들이 이러한 도구를 스스로 골라 쓰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라고 발런타인 교수는 강조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