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외로운 사람’이나 ‘약속이 펑크난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혼자 외식하기(‘혼밥’)가 뉴질랜드에서 점점 인기 있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IT 전문가이자 미식가인 Andre(가명)는 2주에 한 번꼴로 ‘1인 테이블’을 예약한다. 바쁜 직장과 가족 생활 속에서, 그는 “가끔은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며 좋은 음식을 먹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ndre는 외식의 약 3분의 1을 혼자 즐긴다. 디게스테이션(코스) 메뉴나 새로운 레스토랑을 탐방하는 것이 그의 취미지만, 가족들은 미식에 큰 관심이 없어 혼자 가는 일이 많다. “아내가 특정 레스토랑에 관심이 없으면, 저는 혼자 갑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여행할 때도 절반은 혼자 식사하곤 하죠.”
통계에 따르면, Andre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미국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오픈테이블(OpenTable)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1인 예약은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영국과 캐나다는 10% 이상 늘었다. 호주에서도 2024년 한 해 평균 49회 혼밥을 즐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레스토랑협회 CEO 마리사 비두아스(Marisa Bidois)는 “2022년 협회 회원 설문에서 30%가 혼밥 손님이 늘었다고 답했다”며, “외식이 일상화되고 1인 여행객도 증가하면서 혼밥은 점점 더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생계비 부담으로 단체 외식이 어려운 상황에서, 진정한 미식가라면 혼자라도 자신을 위해 외식을 즐기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오클랜드의 유명 셰프 알 브라운(Al Brown) 역시 “최근 혼자 식사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혼밥은 오히려 극장 같은 분위기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혼밥 손님을 잘 챙기면, 그들은 언제든 다시 찾아온다”며, 혼밥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4년 1월, 오클랜드 타카푸나에 문을 연 라멘 전문점 ‘타키미 마제소바(Takimi Mazesoba)’는 1인 부스 좌석을 도입해 혼밥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운영 매니저 에이미 우(Amy Wu)는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부스를 설계했다”며, “혼밥은 고립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와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스토랑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통적인 레스토랑들도 혼밥 고객을 위한 특별 좌석, 전망 좋은 자리, 메뉴의 유연성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25년째 혼밥을 즐기는 Andre는 “예약 시 ‘어떤 테이블을 원하냐’는 항목이 있으면 좋고, 1인 코스 메뉴나 하프 사이즈 메뉴가 있으면 더욱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혼밥이 어색할까봐 망설이는 이들에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며,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음식과 경험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뉴질랜드에서도 혼밥은 더 이상 ‘외로운 식사’가 아니라, 자신만의 미식과 여유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혼자 먹는 라멘 한 그릇의 즐거움, 이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입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