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현재 뉴질랜드의 의료용 대마초 산업은 여전히 규제와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성장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초를 생산하는 업체는 극히 적고, 그나마 성공적으로 성장한 업체조차 뉴질랜드 내 소비자에게는 직접 판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블레넘에 기반을 둔 대마 재배업체 푸로(Puro)의 공동 창업자 팀 올드리지(Tim Aldridge)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농 대마 계약을 성사시키고 런던에서 돌아왔다. 푸로의 제품은 약 1,600만 달러 규모로 영국에 수출될 예정이지만, 정작 뉴질랜드 내에서는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없다. 올드리지는 “국내 시장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수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을 호주로 보내 포장한 뒤 다시 뉴질랜드로 들여와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호주와 해외 시장에서의 수요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올드리지는 규제 완화를 위해 정부 부처에 여러 제안을 했지만, 보건부로부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보건부는 “의료용 대마초 제도는 뉴질랜드 환자들이 고품질 의료용 대마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모든 제품은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면 모든 의료진이 처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규정은 2019년 도입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고, 규제 완화에는 입법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의료용 대마 협의회(Sally King, NZ Medical Cannabis Council) 역시 “국내 시장을 위한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재배, 제조, 판매 등 각 단계마다 별도의 라이선스가 필요하고, 대마초 꽃을 약국에 직접 공급할 수 없으며, 추가적인 포장 및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마초는 식물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재배와 생산 과정에서도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의료용 대마 제품을 판매하려면 제조공정(GMP)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수출용 제품은 원료재배(GACP)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 GMP는 제품의 제조, 포장, 가공에 초점을 맞추고, GACP는 원료 재배에만 집중한다. 협의회는 “식품처럼 GACP 기준만 적용해도 충분한데,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 환자 가격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업계는 “규제 완화가 품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의지와 규제 당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협의회의 Sally King은 “언젠가는 뉴질랜드에서도 펍에서 CBD 워터를 주문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정치적 결단이 뒷받침된다면 국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