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어도 젊게 살고 있다고 상상하길 좋아한다. 최근에는 간단한 혈액 또는 타액 검사만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해준다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이 결과를 SNS에 공유하며, 자신만의 ‘젊음의 비결’을 자랑하기도 한다.
노화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연령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태어난 후 살아온 ‘연령(만 나이)’, 다른 하나는 우리 몸이 실제로 얼마나 노화됐는지 보여준다는 ‘생물학적 나이’다. 생물학적 나이 측정은 분자 수준에서 몸의 ‘마모와 손상’을 평가해, 실제로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를 먹고 있는지 알려준다고 한다.
이러한 테스트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건강 관리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더 젊은 결과를 통해 건강 여정의 성과를 뽐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
하지만 이 테스트들은 정말로 의미 있는 정보를 줄까? 아니면 과학처럼 포장된 똑똑한 마케팅일 뿐일까?
우리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사 활동 등 화학적 과정에 의해 세포, 조직, 장기에 손상이 누적된다. 이 과정에서 DNA에도 변화가 생긴다. 특히 ‘메틸화’라 불리는 화학적 표지(메틸기)가 DNA에 붙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 이런 변화는 나이와 환경에 따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구자들은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s)’라는 도구를 이용해, DNA의 특정 부위 메틸화 정도를 분석함으로써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한다. 즉, 유전자 샘플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몸의 누적된 손상 정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분야의 과학은 빠르게 발전 중이다. 연구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이용한 생물학적 나이 추정은 실제 사망 위험이나 노화 관련 질환의 위험을 단순한 만 나이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흡연이나 식습관 등 생활습관 및 환경 요인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심혈관 질환 등 주요 질환의 위험 예측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구 집단 수준에서는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신뢰도 높은 생물학적 노화 지표임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용으로는 신뢰도가 높아도, 개인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도’다. 2022년 한 연구에서는 동일한 샘플에서 최대 9년까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즉, 40세의 샘플이 35세로 나올 수도, 44세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술이 개선되고 있지만, 상업적 제공업체마다 정확도에 큰 차이가 있다. 어디에 샘플을 보내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표준화된 검사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업체마다 검사 방식과 알고리즘이 다르고, 구체적인 방법은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느 업체가 더 정확한지 비교하기 어렵고, 소비자가 실제로 무엇을 얻는지 알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노화와 상관관계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리 지표’일 뿐 진단 도구는 아니다. 즉, 세포 수준의 노화 정도를 대략적으로 알려줄 뿐, 만약 ‘예상보다 빨리 늙고 있다’거나 ‘젊게 나온다’고 해도 그 원인이나 구체적 건강 문제에 대해선 알려주지 못한다.
결국, 이런 테스트를 받아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일반적인 조언뿐이다.
이 테스트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선의의 목적을 내세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테스트를 팔아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가격도 약 500호주달러(약 45만 원)로 저렴하지 않다.
이런 테스트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재현성과 표준화, 그리고 장기적 연구를 통한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은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한 번쯤 받아보고 SNS에 올리기에는 재미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비용 대비 실질적 가치는 크지 않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이미 알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미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식습관 개선
▷신체 활동 증가
▷충분한 수면
▷금연
▷스트레스 감소
▷사회적 관계 중시
이 여섯 가지다. 생물학적 나이를 굳이 몰라도,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습관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장수 비결이다.
하산 발리(Deakin University, 역학 부교수)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