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시간이 많아졌다고 느끼는 분들 계시죠?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고, 시계보다 창밖을 더 자주 보게 되는 날들이요.
늘 분주하게 움직였던 시간이 멈추고, 문득 고요한 오후의 햇살 속에 혼자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속으로 이렇게 묻습니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은퇴라는 단어는 아직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직장 생활이 끝나고, 아이들도 성장해 떠나가고 나면 그동안 내 삶을 가득 채웠던 역할들이 하나둘 사라지죠.
직장인, 부모, 가장, 봉사자… 그리고 남는 건 ‘나’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나’라는 존재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색함은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퇴는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나는 소중한 시작입니다.
저는 은퇴 후 첫 6개월 동안, 오히려 더 바빴습니다.
오랜만에 한가하다는 느낌에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갔다가, 몸살 나듯 지쳐서 침대에 누운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지금도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게 맞을까?”
그날부터 저는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아무 목적 없이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창밖 나무를 바라보거나,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놓고,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것.
그렇게 며칠을 반복하니, 잊고 있었던 내 마음의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리기 시작했어요.
“이 꽃, 참 예쁘다.”
“이 노래, 젊을 때 참 많이 들었지.”
“나, 이런 색을 좋아했었구나.”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를 돌보는 일은 거창할 필요가 없구나.’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정, 좋아하던 것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그걸 꺼내어 다시 나와 연결해주는 일, 그게 바로 은퇴 후, 다시 살아가는 삶의 첫 걸음이라는 걸요.
뉴질랜드의 자연은 그런 시간에 참 어울립니다.
맑은 공기, 조용한 바닷가, 가까운 숲길…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진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혹시 매일 똑같은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지신다면, 이런 작은 도전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하루 중 나를 웃게 만든 것 하나 적어보기
•어릴 적 좋아했던 음악이나 활동을 다시 떠올려보기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
•동네를 산책하며 내가 예전엔 보지 못했던 풍경 하나 찾기
이 모든 것들은 거창하지 않지만,
삶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방법입니다.
지금의 이 시간은 나를 위한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은퇴 후의 삶은, ‘멈춤’이 아니라 ‘나를 다시 쓰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모습의 나를 발견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