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뉴질랜드 전역에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웰링턴의 워서 베이와 라이얼 베이 등 해안가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동식 사우나가 등장했고, 수십 명의 시민들이 차가운 바닷물과 100도에 달하는 사우나를 오가며 ‘핀란드식 찜질’에 푹 빠져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뉴질랜드에서 사우나는 고급 스파나 헬스장, 공공 수영장에만 국한된 문화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변가와 주택 뒷마당, 심지어 이동식 트레일러 사우나까지 등장하며, 사우나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우나 프로젝트’와 ‘스키닉 사우나’ 등 신생 사우나 업체들은 전국 17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예약은 연일 매진이다.
웰링턴 시민 나탈리 키건은 “겨울에는 뼛속까지 데워지는 느낌이 간절하다”며, “사우나는 단순한 보온을 넘어 공동체를 만들고, 건강에도 좋고,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키건은 40여 명의 여성들과 보름달마다 사우나와 바다수영을 즐기는 모임을 운영한다.
사우나는 친구들과의 만남, 명상, 건강관리,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기능을 하며, 기존의 ‘커피 모임’이나 ‘술자리’ 대신 새로운 소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사우나가 정신적 치유와 공동체 결속의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며, 뉴질랜드에서도 이 같은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 연구진에 따르면, 정기적인 사우나 이용은 혈압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고, 치매와 알츠하이머, 정신질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사우나와 명상, 바다수영을 결합한 건강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우나 프로젝트’ 웰링턴 매니저 요한 발저는 “뉴질랜드가 점점 작은 핀란드로 변해가고 있다”며, “키위들이 원래 좋아하던 바다와, 새롭고 짜릿한 경험이 결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에서 ‘사우나’ 검색량은 최근 5년간 3배 이상 늘었고, 사우나 페스티벌 등 관련 행사도 개최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겨울 해변은 이제 사우나와 바다수영,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작은 핀란드’로 변신 중이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건강과 소통, 자연과의 연결을 추구하는 키위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사우나 열풍을 이끌고 있다.
핀란드의 정신적 치유 공간이 뉴질랜드의 해변에서 새로운 겨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