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금)은 마오리의 새해를 축하하는 ‘마타리키(Matariki)’로 공식적인 휴일이다.
마오리 부족은 전통적으로 이날을 맞이하면 부족이 모여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고인을 추모하는 한편 새해를 축하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전부터 마오리는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주도록 요구했는데, 지난 2020년 총선 직전에 노동당 정부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총선에서 승리한 노동당은 2021년부터 지정하려고 했지만 팬데믹으로 한 해 뒤인 2022년 6월 24일부터 공휴일로 지정했는데, 이는 1974년 와이탕기 데이가 공휴일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제정한 새로운 공휴일이다.
또한 마오리 전통과 관련된 첫 번째 공휴일이기도 한데 마타리키의 날짜는 매년 바뀌지만 항상 6월이나 7월에 들어있다.
올해도 마타리키를 맞이해 이미 전국 곳곳에서 많은 행사가 진행 중이며 특히,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주말 내내 다양한 마타리키 이벤트가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열린다.
올해 마타리키를 맞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해와 달, 별이 나타난 ‘스카이디스크’, 초승달 위 7개의 점이 ‘플레이아데스’이다.)
<마타리키와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마타리키는 ‘황소자리(Taurus)’ 북서쪽에 있는, 흔히 ‘플레이아데스(Pleiades)’로 불리는 ‘성단(star cluster)’의 마오리 이름이다.
한겨울이면 성단의 별들이 28일간 사라졌다가 지평선 위로 다시 떠오르면서 마오리 새해인 ‘테 마타히 오 테 타우(Te Mātahi o te Tau)’를 알린다.
이 성단은 지구에서 평균값으로 444광년 떨어져 있으며 그 안에는 1,000여 개 별들이 있고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밝은 별이 6개라 ‘육련성(六連星)’이라고도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문명권에서 익히 알려져 온 성단인데, 1999년에 독일 네브라에서 발견된 3,600년 전 천문도인 ‘스카이 디스크(Sky Disk)’에는 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이 새겨져 있으며 그중 이 성단의 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또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플레이아데스가 9개의 별로 구성됐다고 생각했고 부모별인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와 함께 일곱 딸이 있어 서양에서는 ‘아틀라스의 일곱 자매’로 불리면서 ‘플레이아데스’라는 영어 이름의 유래가 됐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이 성단을 관찰한 최초의 천문학자였으며 성단에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운 별이 많이 포함됐음을 발견했는데, 1610년 3월에는 36개의 별을 보여주는 플레이아데스 성단 스케치를 포함한 관측 결과를 논문에 발표했다.
한편, 평양 약수리의 고구려 벽화에도 이 별들이 찬란히 빛을 내며 등장하는데, 한국에서는 별이 자잘하게 모여 있어 예부터 ‘좀생이별’이라고 불렀으며 음력 2월 6일에는 ‘좀생이 보기’라 하여 이를 보고 한 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좀생이와 달이 나란히 운행하거나 또는 조금 앞서 있으면 길조로 풍년이 들고 운수가 좋으며, 그와 반대로 달과 좀생이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흉조로 농사는 흉작이고 운수가 나쁘며 재앙이 자주 있어 불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오리 부족에게 마타라키는?>
'마타리키'라는 단어는 'Ngā mata o te ariki o Tāwhirimātea' 또는 ‘the eyes of the god Tāwhirimātea'의 약자이다.
전통적으로 수확이 끝날 무렵 등장하는 성단의 별을 보고 마오리 역시 다음 계절의 번영을 점쳤는데, 별이 맑고 밝게 빛나면 남은 겨울이 따뜻하지만 흐릿하거나 깜빡이면 다음 계절은 나쁜 날씨라고 예상했다.
마타리키에 있는 각 별의 색상과 밝기, 독특함을 평가하고 각각의 연관성에 따라 달리 예측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별들 중 ‘투푸-아-랑기(Tupu-ā-rangi)’가 선명하게 빛나지 않으면 사냥꾼은 다음 계절에 새를 잘 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포후투카와(Pōhutukawa)’는 고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밝기는 내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려주었는데, 이러한 예측은 수년간 연구하고 토론한 학식 있는 장로들에 의해 이뤄졌다.
운세를 읽은 후에는 지난 마타리키 이후 죽은 모든 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데, 전통적으로 마오리는 한 해 동안 죽은 이들의 영혼이 모여 마타리키가 지면 사후 세계로 인도된다고 믿었다.
이후 한 해가 시작되고 마타리키가 떠오르면 지난해 고인은 지하 세계에서 밤하늘로 올라와 별이 되며 이때 기도와 함께 고인의 이름을 낭송하는데, 마타리키에서 전년에 죽은 이를 애도하는 것은 현대 마오리 추모 풍습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마타리키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의식은 별에 음식을 바치는 것으며, 그 이유는 마타리키가 지하 세계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고 ‘동지’에서 태양을 되돌린 후 약해져 영양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때 구덩이에 돌을 데워 만드는 ‘항이(hangi)’가 준비되는데, 조리된 음식을 덮은 덮개를 벗기면 나오는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별을 먹였다고 믿었으며 수증기 역시 신성한 제물이었다.
한편,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스바루(Subaru)’의 이름은 이 성단의 일본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로고 역시 이전 나카지마 비행기의 5개 회사를 통합해 후지중공업으로 재탄생하면서 5개의 작은 별을 하나의 큰 별로 묶는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리는 ‘티라마 마이(Tiramai Mai)’ 빛 축제)
<근로자는 일을 해야 하나?>
다른 공휴일과 마찬가지로 일하지 않는 날이다. 만약 근무를 해야 한다면 (정규 근무표에 따라) 근무 시간의 1.5배에 해당하는 급여와 대체 휴무일을 받을 자격이 있다.
<상점 영업은 하나?>
마타리키에는 부활절, 크리스마스 또는 안작 데이 오전처럼 상점 영업이 제한되지 않는다. 상점, 레스토랑, 카페 및 기타 사업체는 평소처럼 영업할 수 있고 원하는 경우에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용하고자 하면 해당 상점의 영업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할증 요금이 부과되는가?>
호텔 등 접객업소에서는 직원에게 주는 1.5배의 급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서비스에 15%의 ‘할증 요금(surcharge)’을 부과할 수 있다.
사업체가 할증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고객에게 이를 알리는 명확한 안내문을 비치해야 하며, 만약 고객이 이를 착각했다고 느낄 경우에는 상업위원회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마타리키 날짜는 왜 매년 바뀌나?>
마타리키 공휴일은 매년 바뀌는데, 마오리는 태양, 달, 다양한 별, 그리고 다른 생태적 지표를 고려해 시간을 결정하는 ‘환경 달력 시스템(environmental calendar system)’을 따르기 때문이다.
마타리키 공휴일은 ‘음력 피피리달(lunar month of Pipiri, 6월)’ 중 ‘탕가로아 음력 주기(Tangaroa lunar period)’와 가장 가까운 금요일에 해당한다.
탕가로아는 달의 한 주기가 아니라 그달의 마지막 4분의 1주기이며 이에 따라 마타리키를 기념하는 날짜는 해마다 달라진다.
지난 2022년에 ‘마타리키 자문위원회(Matariki Advisory Committee)’는 2052년까지 앞으로 30년간의 마타리키 공휴일 일정을 정했는데, 내년은 7월 10일이며 2027년은 6월 25일, 그리고 2028년 7월 14일, 2029년 7월 6일이며 2030년은 6월 21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