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딜로이트(Deloitte) 연구에 따르면, Z세대 근로자 중 단 6%만이 직장에서 리더십 역할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경향으로,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클랜드의 한 로펌에서 법률 서기로 일하는 마나와 테 아후루-퀸(23)은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이들은 법조계 내에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있으나, 이전 세대처럼 빠른 승진이나 희생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 세대는 30세에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22세부터 30세까지 오로지 일에만 매진했죠. 하지만 이제는 속도나 희생보다는 내 삶의 균형과 행복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라고 테 아후루-퀸은 말했다.
딜로이트 관계자는 “Z세대가 리더십에 관심이 적은 것은 단순히 연령이나 경력 단계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직장 내 리더들이 일과 가정, 번아웃, 유독한 직장 문화 등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리더십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타고대학교 학생회 잡지 ‘크리틱 테 아로히(Critic Te Ārohi)’의 편집장 니나 브라운(24)은 “Z세대는 오히려 직장 밖에서 동아리나 자원봉사 등 다양한 리더십을 경험한다”며, “현 경제 상황에서는 첫 직장조차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전통적인 승진 코스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리더십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오히려 그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지적했다. 오클랜드 시의회 레인보우 커뮤니티 자문위원인 테오 반 데 클런더트(24)는 “리더십은 더 많은 감정 노동과 스트레스를 요구한다. 특히 성소수자 리더십은 아직 롤모델도 부족하고, 정치적 분위기 탓에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Z세대는 역대 가장 많은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세대지만, 절반 이상이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0년대 ‘걸보스’ 열풍과 달리, 최근 Z세대는 부모 세대가 번아웃에 시달리고도 경제적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일과 삶의 균형, 행복, 자기만의 가치”를 더 중시하게 됐다.
로컬 거버넌스 전문가 알리시아 맥케이는 “Z세대는 우리 세대가 집착했던 명예나 돈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만의 질문과 기준으로 일과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흥미롭게도, Z세대는 ‘창업’에 대한 열망은 강하다. 건설업계 훈련기관의 그렉 더킨 이사는 “Z세대의 90%가 2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리더십 경험을 쌓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소규모 창업이나 1인 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Z세대는 기존의 리더십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과 삶의 균형, 행복,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