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비롯한 전국에서 버스 기사들이 승객으로부터 폭행과 위협, 인종차별적 언행에 시달리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대중교통 및 교통시설에서 발생한 범죄가 6% 증가했으며, 오클랜드에서는 버스 기사에 대한 물리적 폭행과 언어폭력이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오클랜드에서는 51건의 기사 폭행과 120건 이상의 언어폭력이 보고되었고, 최근에는 십대 승객들이 기사에게 주먹질, 발길질, 인종차별적 욕설, 성희롱 등을 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기사들은 퇴근 후 가족의 안전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실제 사례로, 지난 5월 13일, 마운트 마운가누이에서 정기 노선을 운행하던 타우랑가의 한 버스 기사는 무임승차 승객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졌다. 기사 진술에 따르면, 승객은 버스에 무임승차한 뒤 욕설을 퍼붓고, 기사에게 침을 뱉고 다리와 몸통을 여러 차례 걷어찼다. 기사는 “팔로 자신을 방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오클랜드 파쿠랑가 지역 시내버스에서는 16세 중국인 유학생이 금속 막대를 든 여성 승객에게 인종차별적 폭언과 함께 폭행을 당해 치아 3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버스 기사는 피해자를 돕지 않고 예정된 경로를 그대로 운행해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오클랜드 주재 중국 영사관이 경찰에 인종적 동기에 의한 범죄 수사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도, 헨더슨 지역에서는 10대 소녀들이 69세 버스 기사에게 심각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 2년간 세 차례나 폭행을 당했으며, 사건 당시 얼굴에 피를 흘린 채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경찰은 즉각 출동해 가해 청소년들을 연행했으나, 기사와 가족들은 반복되는 폭행에 큰 충격과 분노를 표했다.
이처럼 버스 기사에 대한 폭행과 위협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사회적 약자와 이민자, 특히 아시아계 기사들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 뉴질랜드 법무부가 발표한 ‘범죄 및 피해자 설문조사’에서도 아시아계 성인 대상 폭력 피해가 2018년 3%에서 2023년 4%로 증가했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차별적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교통국과 경찰은 기사 보호를 위해 경찰 경비 강화, CCTV 확대, 안전 스크린 설치 등 대책을 추진 중이나, 현장 기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교통부 장관 역시 버스 기사 안전 프로토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버스 기사들은 “매일같이 위협을 느끼며 일한다”며, 실질적인 보호와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사에 대한 폭력은 대중교통 안전과 신뢰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전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