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인들이 태국 등 해외에서 불법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고, 이를 입양 형식으로 국내로 데려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동청(Oranga Tamariki)은 최근 몇 년간 뉴질랜드인들이 국제법을 어기고 태국 여성에게 대리출산을 의뢰한 사례가 최소 5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태는 “우려스러운 추세”로 지적된다.
실제 사례 중에는 한 동성애 남성이 태국의 불임클리닉 직원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현지 대리모를 찾아 자신의 정자와 기증 난자로 아이를 얻은 경우도 있었다.
이 남성은 뉴질랜드로 돌아와 법원에 입양을 신청, 법적으로 아버지로 인정받고자 했다.
현행 뉴질랜드법(1955년 제정)에 따르면, 대리모를 통한 출생아의 부모라 하더라도 공식 입양 절차를 거쳐야만 법적 부모가 될 수 있다. 이는 70년 전 법이 체외수정 등 현대 의학의 발전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데 따른 한계다.
현재 국회에는 대리출산 현실을 반영한 ‘대리출산 제도 개선 법안’이 상정돼 있다. 법이 통과되면 유전자적 부모가 굳이 입양이 아닌 ‘양육 명령’만으로 법적 부모가 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불법 대리출산(현지법상 금지된 국가에서의 대리모 계약)에는 여전히 엄격한 법적 심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Oranga Tamariki는 “태국에서 불법 대리출산을 의뢰한 뉴질랜드인 사례가 최근 5건 확인됐다”며 “이런 관행이 허용될 경우 불법행위에 국가가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태국 정부는 2015년부터 상업적 대리출산을 전면 금지했지만, 일부 뉴질랜드인들은 ‘몰랐다’거나 ‘절박함에 눈을 감았다’며 불법 대리출산을 시도하고 있다.
Oranga Tamariki는 “불법 대리출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뉴질랜드에 입국해 입양이 허가되면, 이는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적 승인으로 비칠 수 있다”며 외교적 문제도 우려했다.
실제로 태국 대사관도 해당 보고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뉴질랜드 내에서는 대가 없는 자발적 대리출산만 합법이다. 체외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윤리위원회(ECART) 승인을 받아야 하며, Oranga Tamariki가 부모의 양육 적합성 심사를 진행한다.
2020~2024년 국내 대리출산 입양은 89건, 국제 대리출산 입양은 69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법 개정돼도 불법 대리출산 문제는 남아”
법조계 전문가들은 “새 법이 통과돼도 불법 대리출산 문제는 여전히 법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거릿 케이시(Margaret Casey) 변호사는 “불법 대리출산을 시도하면 입국·입양에 오랜 시간 불확실성과 법적 심사를 감수해야 한다”며 “아이를 갖고 싶은 절박함이 ‘합법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 제니퍼 웨이드먼(Jennifer Wademan) 변호사는 “대부분의 부모는 불법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절박한 심정으로 시도한다”며 “국제 대리출산은 상대국 법까지 고려해야 해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정부와 기관들은 불법 해외 대리출산에 대한 경고와 함께,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절차를 밟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들은 그저 간절히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공감과 함께, 법과 윤리,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