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년 동안 웰링턴 공항을 지키면서 이용객들의 사랑을 받은 독수리 조형물이 철거됐다.
이 조형물은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등장하는 마법사 ‘간달프(Gandalf)’가 타고 있는 초대형 독수리이다.
공항 측은 성명서를 통해,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할 때라면서 공항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던 두 마리의 독수리 조형물을 철거한다고 밝혔다.
날개 길이만 15m에 달하고 무게도 1.18톤이나 되는 이 독수리 조형물 2개는 영화 ‘호빗’ 개봉에 즈음해 2013년 공항 여객터미널 천정에 설치됐으며, 한 독수리에는 간달프가 타고 있다.
내부에 강철 골격과 함께 폴리스티렌으로 제작한 독수리는 3D 프린터로 만든 깃털 1,000여 개가 부착됐고 그중 가장 긴 깃털은 무려 2.4m에 달한다.
2016년 발생한 지진 때 한 개가 고정장치에서 풀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지만 별다른 인명 사고는 없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초대형 독수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주인공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독수리를 철거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한 여행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감탄했던 조형물이 사라진다니 가슴이 아프다면서 재고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도 독수리 조형물이 사라진다면 뉴질랜드 같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웰링턴은 두 영화 시리즈의 촬영지이자 감독인 피터 잭슨 경의 고향이기도 하며 영화의 소품 제작을 담당한 특수효과 전문기업인 ‘웨타 워크숍(Wētā Workshop)’도 있어 이곳을 찾는 영화 팬이 많다.
공항에는 이 외에도 높이 13m에 달하는 골룸 조형물, ‘호빗’의 악역인 용 ‘스마우그(Smaug)’ 조형물 등이 있는데, 이번에 철거하는 독수리를 제외하고 체크인 카운터의 스마우그 조형물은 그대로 남게 된다.
공항 측은 철거한 독수리는 보관하지만 아직 다른 계획은 없다면서, 독수리를 철거한 자리에는 지역 특색을 살린 새 조형물을 웨타 워크숍과 함께 준비해 올해 말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