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들이 제작한 로켓이 뉴질랜드 최초로 우주 경계선을 돌파했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발사된 민간 로켓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메라키 II(Meraki II)’라는 이름의 로켓은 지난 4월 19일 오전 7시 3분, 아서스 패스 인근 고지대인 ‘마운트 화이트 스테이션(Mount White Station)’에서 발사됐다.
이 로켓은 이선 코수프(Ethan Kosoof) 수석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파트너인 크리스 노스(Chris North), 마틴 반 틸(Martin Van Tiel), 켈빈 맥비니(Kelvin McVinnie) 등이 참여하는 등 뉴질랜드 아마추어 로켓팀이 자체적으로 설계 및 제작했다.
발사에는 안전 구역 확보가 가능한 넓은 장소가 필요했는데, 코수프는 장소 선정에는 땅 소유주인 루카스 트라브니첵(Lukas Travnicek)의 지원이 결정적이었고 국내에서 이런 장소는 아마도 유일할 것이라면서 땅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비영리 단체인 ‘뉴질랜드 로켓협회(NZRA)’가 발사대와 발사 시스템, 안전장비 등을 지원했다.
4m 길이의 2단 로켓인 ‘메라키 II’는 발사 2분 만에 우주 경계선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100km 고도의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에 도달했고, 이후 최고 고도 121.6km까지 상승했다.
최고 속도는 마하 5.6(초속 약 1.9km)으로, 북섬 최북단인 케이프 레잉가(Cape Reinga)에서 남섬 최남단 블러프(Bluff)까지 12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이다.
또한, 로켓은 발사 약 13분 후 지구로 귀환해 발사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수 km 떨어진 곳에서 회수됐다.
발사팀 소속의 노련한 등산가인 잭 데이비스(Jack Davies)와 마크 맥비니(Mark McVinnie)가 푸키오(Pūkio) 개울을 따라 왕복 11km에 달하는 울창한 덤불 지대를 이동해 약 5시간 만에 로켓을 회수할 수 있었다.
로켓에는 특이하게도 안정성을 위한 질량 보정(밸러스트) 수단으로 상업용 자재가 아닌 집에서 제조한 맥주와 진(gin)을 사용했는데, 이들은 진공 밀폐 용기에 담겨 우주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처리됐다.
한편, 이번 로켓 발사는 정부의 공식 허가 없이 가능했지만, ‘민간항공청(Civil Aviation Authority)’ 및 항공교통 통제기관인 ‘에어웨이즈 NZ(Airways NZ)’와 6개월간 검토해 제한 공역 설정을 승인받았다.
이번 발사 프로젝트를 이끈 코수프는 8살 생일에 모델 로켓을 받은 게 계기가 돼 로켓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반년 후 ‘뉴질랜드 로켓협회’에 가입한 뒤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사가 5년에 걸친 준비의 결실이며 뉴질랜드인들이 자체 비용으로 해냈다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팀은 휴식 중이지만 조만간 더 높은 고도나 더 빠른 속도에 도전할 계획이라면서,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취미는 많지 않지만 ‘메라키 II’의 성공이 차세대 아마추어 로켓 개발자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