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 서해안의 외딴 해변에서 극히 희귀한 ‘바다 민달팽이(sea slug)’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을 따서 학명이 ‘스미골 클리모이(Smeagol climoi)’로 붙여진 이 ‘자갈 민달팽이(gravel maggot)’는 지난 1월 말 학자들이 하우타이(Hautai) 해양보존구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캔터베리 대학교 해양 생태 연구 그룹의 과학자 3명과 2명의 자연보존부(DOC) 직원들이 참여했는데 이곳은 하스트(Haast)에서도 남쪽으로 85km나 더 떨어져 있는 국내에서 가장 외딴 지역에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이다.
만약 헬리콥터로 가지 못 한다면 가장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도로에서 만 이틀을 꼬박 걸어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이다.
자갈 민달팽이는 아주 미세한 필터를 통해 1리터 바닷물을 통과시키는 eDNA를 방식을 사용해 감지됐으며, 이후 필터에 수집된 동식물의 DNA 단편을 웰링턴에 있는 실험실에서 보내 분석했다.
자갈 민달팽이는 박테리아에서 돌고래에 이르기까지 이곳에서 관찰된 약 500여 종의 서로 다른 동물들 중 하나였는데, 그들은 자갈 해변의 지표 아래에서 최대 30cm 깊이까지 서식했다.
이들은 바다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다시마의 영양분을 주변 해양 생태계에서 재활용하는 데 작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연구 관계자는 전했다.
한 관계자는 채취한 샘플에서 자갈 민달팽이의 존재가 확인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 또 기쁘다고 말했는데, 이전에 국내에서 같은 종은 웰링턴 남부 해안의 작은 해변과 카이코우라(Kaikōura) 등 단 두 곳에서만 발견되었다.
관계자는 각각 750km와 950km나 떨어진 이들이 같은 종인 지는 알 수 없고 이를 파악하는 일이 꽤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 현장으로 돌아가 자갈 주위나 바위 아래에서 자갈 민달팽이를 더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