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현충일 'ANZAC Day'

뉴질랜드 현충일 'ANZAC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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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갈리폴리 반도 인근 지도 CHCH 크랜머 광장의 십자가들(2019년)지진 발생 전 안작데이 당일 CHCH 전쟁기념탑 모습CHCH 대성당 광장에서 열렸던 새벽 추모식 전경(2010년)   존 매크리와 ‘In Flanders fields’


<안작데이는 NZ 현충일>


425일은 NZ 현충일 격인 ANZAC Day’이다.


이날은 뉴질랜드는 물론 호주 등 두 나라의 국민들이 그동안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경건하게 보내는 날이다. ‘ANZAC’이라는 말은 ‘Australian & NZ Army Corps(호주 뉴질랜드 연합군)’의 약자이다.


당초 이날은 한 세기도 더 전인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터키의 갈리폴리(Gallipoli) 반도 상륙작전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의 희생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는 동맹의 한 축이었고 오스만 르크의 후예인 터키는 독일과 동맹을 맺고 이에 대항하고 있었다.


지정학적으로 흑해에서 지중해로 진출하는 목이라고 할 수 있는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을 막고 있던 터키는 러시아에게는 큰 압력이었는데,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러시아는 동맹국인 영국으로 하여금 터키의 갈리폴리(Gallipoli) 반도에 상륙을 하도록 요구한다.


이에 대해 영국은 무려 468,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상륙작전에 나서고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와 캐나다, 그리고 뉴질랜드가 모국을 돕고자 이에 동참하게 된다.


당시 캐나다는 3만 명을 참전시켰으며 이와 더불어 호주군 2만 명과 뉴질랜드군 1만 명이 연합해 역사상 최초로 양국 연합군인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ANZAC)’이 편성됐다.


425일 터키군과 격전을 벌이며 이들 연합군은 어렵게 갈리폴리 반도 상륙에 성공하고 이후 8개월 동안 상륙지역을 효과적으로 방어했지만 목표로 했던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로 진격하지는 못했다.


이후 전선을 정비한 터키와 바다로부터 가해진 독일군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철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안작군은 무려 8천여 명이 전사하고 18,0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막대한 인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


당시 최대 14,000명까지 출전했던 뉴질랜드군은 2,700명이 전사하고 4,85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한 식민 종주국이었던 대영제국 역시 33,000여 명의 전사자와 7600명의 실종자, 그리고 78,000여 명이라는 대규모 부상자를 기록했다.


갈리폴리 반도 철수 이후에도 안작군은 프랑스와 중동에서 계속 전투를 치렀는데 그 당시 총인구 100만 명에 불과했던 뉴질랜드에서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무려 11만 명이 참전해 그중 18,000여 명이 전사하고 55,000여 명이 부상을 당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나를 짐작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인구 비례로 볼 때 당시 앵글로색슨 민족국가들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었으며 이웃 호주 역시 당시 인구 500만 명 중 33만 명이 참전, 59,000여 명이 전사하는 큰 손실을 입었다.


<오늘날의 안작데이>


안작데이는 제1차 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16년에 공식적으로 ‘ANZAC Day’로 명명되고 반 공휴일이 되면서 각종 추모 행사가 열렸으며 1922년부터는 1차 대전 중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국경일이 됐다.


현재 안작데이는 단순히 제1차 세계대전 희생자만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이후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 전쟁을 포함해 최근의 걸프전과 보스니아 내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 등 뉴질랜드가 참가했던 각 전장에 갔던 이들을 기리는 날로 바뀌었다.


매년 이날이면 수도 웰링톤에서부터 작은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에서는 참전용사들이 새벽 퍼레이드를 벌이며 전쟁기념탑 헌화를 포함한 행사가 개최되고 시민들은 도네이션과 함께 붉은 양귀비 꽃(Poppy) 조화를 가슴에 꽂고 전몰용사들의 희생을 기린다.


또한 각급 학교 학생들이 며칠 전부터 모금함을 들고 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꽃을 꽂아주며 기금을 받으며 TV에 등장하는 진행자들과 정치인들 역시 양귀비꽃을 가슴에 단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지난 20112월에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에이번(Avon) 강을 가로지르는 ‘추억의 다리(Bridge of Remembrance)’와 대성당 광장 인근에 서있던 ‘시민전쟁기념탑(Citizens’ War Memorial)’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추모행사가 열리곤 했었다.


또한 새벽이면 노병들을 비롯한 그들의 후손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새벽 행진을 벌이고 기념 전시와 함께 군악대 연주회 등이 진행되며 일반 시민들도 이날 각지의 기념탑을 찾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지진 이후에는 시내 크랜머(Cranmer) 광장에 전물자를 기념하는 수 천 개의 십자가들이 마련되며 임시로 조형물이 설치돼 추모 행사를 진행해왔다.


또한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호주, 뉴질랜드 참전용사 후손들이 터키의 갈리폴리를 직접 방문하기도 하는데, 이곳에는 이들 외에도 영국과 캐나다 등 당시 참전했던 영연방 국가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단체로 찾아와 참배한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에서 열리던 각종 행사들은 물론 갈리폴리 현지에서의 행사들도 대부분 진행되지 못하거나 축소돼 열리고 있다.


올해 역시 많은 곳에서 새벽 추도식을 비롯해 시민들이 모이는 공식적인 행사는 열리지 못하는데,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오전 10시에 트랜짓 대성당에서 기념 예배는 진행되며 재향군인회(RSA)에서는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각 지역에 세워진 전쟁기념비 등에 양귀비꽃으로 헌화를 해주도록 장려하고 있다.


<양귀비꽃과 안작 비스킷>


양귀비 꽃은 갈리폴리를 비롯 유럽 전쟁터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이며 또 빨간색을 보면서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숨져간 전우들을 기억하는 등 전쟁을 상징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의미로 지난 1922년경부터 영연방 국가에서는 전쟁 관련 기금 마련의 상징으로 양귀비 꽃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Toronto) 대학 출신으로 맥길(McGill)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제1차 세계 대전에 영국군 포병여단 군의관으로 참전한 존 맥크래(John McCrae) 중령이 지은 ‘In Flanders Field’라는 추모시가 유명하다.


그는 19155월 벨기에 서부 플랜더스(Flanders) 지방에서 제자이자 전우인 알렉시스 헬머(Alexis Helmer) 중위가 전사한 후 장례식을 주재했으며 그를 묻은 다음 날 구급차 뒤에 앉아 들판에 지천으로 핀 붉은 양귀비를 보고 이 시를 썼다.


하지만 너무도 비통한 심정에 다 쓴 시를 노트에서 떼어내 버렸는데 그러나 또 다른 군인이 이를 주워 그해 12월에 런던의 잡지 ‘펀치(Punch)’에 보내 공개됐으며, 이후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시로 유명해졌고 또한 캐나다를 중심으로 모병이나 전쟁 기금의 모금을 호소하는 목적으로도 널리 쓰였다.


그러나 의사이자 교수, 그리고 1차 대전뿐만 아니라  그이전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2차 보어(Boer) 전쟁에도 참전했던 군인이기도 했던 맥크리 역시 1차 대전이 끝날 무렵인 19181월에 야전병원을 지휘하다가 수막염으로 인한 폐렴으로 45세의 많지 않은 나이로 숨져 유럽의 전장에 묻혔다.


한편 이처럼 야생에 피는 양귀비꽃은 일명 개양귀비로 불리며 전문적으로 아편을 채취하기 위해 기르는 양귀비와는 달리 마약 성분이 거의 없다.


또한 현재도 모금용으로 종종 쓰이고 시중에서도 팔리는 안작 비스킷은 안작군 결성을 기념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일설에는 이 비스킷이 만들기 쉽고 경제적이며 영양가가 높고 저장도 용이해 참전군인의 가족들이 외국으로 보내는 구호물품으로 많이 쓴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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