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이후 지정된 ‘레드 존(red-zone)’에 남아있던 마지막 주택이 철거됐다.
9월 20일(월) 최종 철거가 이뤄진 거버너스(Governors Bay) 베이의 제퍼(Zephyr) 테라스에 서있었던 이 주택은 300m2 넓이의 침실 4~5개를 가진 3층에 달하는 대형 주택이다.
이 주택은 지난 1980년대 후반에 한 부부가 20헥타르에 달하는 가파른 언덕의 땅을 구입한 뒤 가족을 위한 꿈의 집을 지은 것으로, 안에는 직경이 6m에 달하는 지중해식 풍차를 본뜬 원형 탑(turret)도 들어서있다.
주택에서는 리틀턴(Lyttelton) 만을 비롯한 앞바다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며 주변에는 토종 덤불이 무성한 가운데 주인 부부가 키우던 호두와 헤이즐넛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정원에서는 라마도 함께 살고 있었다.
주인에 따르면 2010년 9월에 한 차례 먼저 지진이 났을 당시에 폭스바겐 자동차만한 돌덩이가 집 근처 계곡으로 굴렀으며, 또한 이듬해 2월 지진에서는 절벽의 다른 부분도 붕괴됐지만 집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나중에 주인 부부는 안전하다는 지질 보고서를 받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영원히 살기를 원했는데, 그러나 몇 년 후에 결국 낙석 위험으로 인해 레드 존으로 재지정되었고 집을 팔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9년에 부부는 2007년 평가액인 95만달러의 정부 보상가를 받아들였다면서 멋진 정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버려야 했으며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집의 최근 공시가(rateable valuation)는 주택 6만8000달러를 포함해 71만달러였는데 한편 주인 부부는 라마와 함께 현재는 북섬으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2011년 2월의 지진 이후 지반 손상이나 낙석 위험으로 약 7500채에 달하는 주택들이 철거됐다.
Land Information NZ(Linz)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10년에 걸쳐 그중 약 3분의 1을 철거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보험사들이 처리했다면서, 이번에 철거된 주택이 우리에게는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평지에 있는 작은 집의 철거 비용은 약 2만달러 정도가 들지만 더 복잡한 부지는 수십만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이번 마지막 주택의 철거 비용은 중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철거 작업에서 발생한 약 225m3에 달하는 콘크리트 폐기물(40피트 컨테이너 3개 상당)은 도로 작업 및 기타 용도에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철거가 완료되면 토지 소유권은 크라이스트처치 시청으로 이전되며 인접한 포트 힐스(Port Hills) 자연보존구역으로 편입되는데, 제퍼 테라스는 로이터 파크(Reuter Park) 보존구역과 접해있다. (사진은 지진 당시 레드클리프스 지역의 무너진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