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로퍼스 로지(Loafers Lodge) 화재 사건 재판에서, 기소된 남성의 행적을 담은 CCTV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남성은 방화 및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영상 속에서 그는 숙소 곳곳에서 쿠션을 모아 한 보관함에 넣은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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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의 방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50세 남성은, 살인과 방화 등 7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심신미약(정신이상)’을 근거로 한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그날 밤 자신이 살았던 건물에서 두 건의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첫 번째 불은 2023년 5월 15일 늦은 시각, 소파 밑에서 발생했다. 주민들은 부엌에서 물을 퍼내며 불을 끄기 위해 애썼다. 이 모든 장면이 담긴 영상이 지난주 법정에서 공개되었다.
두 번째 화재는 90분 후인 5월 16일 새벽에 발생했다. 이는 다섯 명의 생명을 앗아간 치명적인 화재로 이어졌다.
출입 카드 잃어버린 남성, 다른 주민 도움 받아 다시 들어와
기소된 남성은 5월 15일 밤 10시 40분 건물을 나갔다가 약 20분 뒤 돌아왔으나 출입 카드를 잃어버려 들어가지 못했다. 그 후 또 다른 거주자가 그를 도와 다시 건물에 들어오게 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CCTV에 기록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여러 사람과 마주쳤고, 그중에는 화재로 사망한 다섯 명 중 한 명인 케네스 버나드도 있었다.
버나드는 그 남성을 돕기 위해 야간 관리자에게 함께 가 열쇠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남성에게 “오늘 밤은 다른 곳에 가야 하는 거야? 방 열쇠를 두고 나왔어?”라고 물었고, 남성은 “응, 친구 집에 가려 해”라고 답했다.
그러자 버나드는 “그렇다면 친구 집에서 내일까지 괜찮겠지”라며 안심시켰고, 이어 “슬리핑백 줄까? 라운지에서 자고 싶으면 줄 수 있어”라고 제안했다. 피고인은 “밖에서 잘래”라고 말하며 거절했지만, 결국 슬리핑백은 받았다.
버나드는 그를 공용 공간으로 이끌었지만, 그 남성은 곧장 자리를 뜨려 했다. 버나드가 어디 가냐고 묻자, 그는 밖에서 잘 것이라고 반복했다. 버나드는 타버린 소파 옆에 있는 다른 소파를 가리키며 그 소파는 괜찮다고 설득했으나, 그 남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버나드가 남긴 마지막 말은 “잘 지내(All the best)”였다. 그가 한 이 짧은 인사가 결국 사망 직전의 마지막 대화가 되었다.
다른 주민 로버트 버코도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누가 불을 껐는지 물어봤을 뿐이라며, 당시 물을 가득 담은 큰 냄비들이 있었고, 소파는 뒤집힌 채 밑부분이 다 타 있었다고 증언했다.
치명적 화재 발생 순간
자정을 지나 기소된 남성은 파란 담요를 가져와 쿠션이 쌓여 있던 보관함에 넣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뒤, 새벽 0시 12분경 다시 보관함 안에 몸을 기울이고 1분 이상 머무른 장면이 찍혔다. 이때 두 번째 불을 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CCTV에는 그 남성이 부엌에서 비닐을 챙겨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미 복도는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비닐을 떨어뜨린 뒤 12시 21분 건물을 빠져나갔다.
변호인 측 "기소된 남성, 혼잣말 자주 해"
기소된 남성 측 변호사 루이즈 시라니는 사건을 담당한 형사에게 그 남성이 CCTV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중얼거리는 장면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형사 미첼 머독은 기억하기로는 세 차례 정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번 재판은 화요일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로퍼스 로지(Loafers Lodge) 화재 사건은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2023년 5월 16일 새벽에 발생한 대형 참사이다. 주로 저소득층, 장기 숙박자, 일용직 노동자, 사회적 약자 등이 거주했던 웰링턴 뉴타운(Newtown)에 위치한 Loafers Lodge라는 저렴한 장기 숙박용 호스텔에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건물은 거의 전소되었다. 이 화재 사건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숙박 시설 화재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