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랜드에서 노숙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백 명의 노숙자와 가족들이 위험한 ‘야생 서부’ 같은 주거 환경인 하숙집(boarding houses)으로 몰리고 있다고 사회복지 기관들이 경고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카후이 투 카하(Kāhui Tū Kaha) 소속 랑기 앤드류스(Rangi Andrews)와 팀원들은 오클랜드 내 하숙집들을 방문해 주인들과 만나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해왔다.
앤드류스는 170곳의 하숙집 중 50곳이 출입을 거부했고, 협조한 곳들도 대체로 열악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공용 구역이 관리되지 않고,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싸움이나 반사회적 행동 등으로 생긴 벽의 구멍이 있었고, 집주인이 관리해야 할 부분들이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나는 악취만으로도 청결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클랜드 하숙집의 평균 방세는 주당 약 320달러로, 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에겐 기타 생활비로 쓸 돈이 100달러도 채 남지 않는다.
앤드류스는 소개받은 120곳 중 절반 이상이 공용 욕실과 부엌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이 출소자나 갱단원들과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일이 있다.”고 그는 전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이들은 취약 계층 수십 명을 더 안전한 거처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그 중에는 9명으로 구성된 대가족도 포함된다.
사회개발부(MSD)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25년 5월 기준 긴급 주거 시설 이용자는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한 5,226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사회복지 기관들은 정부의 긴급 주거 이용 제한 조치가 오히려 노숙자 수를 늘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오클랜드 시티 미셔너 헬렌 로빈슨(Helen Robinson)은 “하숙집이 한때 최후의 피난처였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첫 번째 주거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숙집은 사실상 안전하지 않고 거주 보장이 없지만, 수백 명이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로빈슨은 특히 여성들이 하숙집 대신 거리에서 노숙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오클랜드 시의회 커뮤니티 위원회 위원장 안젤라 달튼(Angela Dalton)은 최근 보고서에서 오클랜드 내 노숙자 수가 809명으로 지난해 9월 대비 90% 증가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어디든 의지할 곳을 찾지만, 많은 이들이 하숙집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 들어가길 꺼린다. 우리 하숙집은 누가 거주하는지, 안전한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지난 회계연도에 오클랜드 시의회는 158곳 하숙집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 점검을 시행했으며, 이 중 40%에 달하는 68곳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2018년 웰링턴의 로퍼스 롯지(Loafers Lodge) 화재 참사로 5명이 사망한 뒤, 뉴질랜드 비즈니스혁신고용부(MBIE)는 전국 하숙집 안전을 재검토했다. 2023년 검사 대상 오클랜드 하숙집의 90%가 불법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업자는 테넌트에게 퇴거 통지 시 28일 전 서면 고지해야 하나, 심각한 손해나 타인 위험 초래 등 특정 사유에선 즉시 퇴거도 가능하다. 일부 경우 48시간 이내 퇴거 통지도 허용된다.
앤드류스는 “도시 내 가장 취약한 이들이 안정적이고 안전한 주거지로 갈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다른 저개발국가의 슬럼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슬럼은 색깔만 다르고 은폐돼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취재에 응한 일부 하숙집 주인들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