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건설업계가 극심한 수주 가뭄과 경기 침체로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 건설사들은 신규 일감 확보를 위해 견적가를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등 수익성 악화마저 감수하고 있다.
뉴질랜드 건설연구협회(BRANZ) 발표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건설업계 파산(청산)은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해 전체 청산 건수의 31%를 차지했다.
고용노동혁신부(MBIE) 집계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MBIE 건설업 코드가 등록된 기업 중 파산관재인이 임명된 사례는 2022년 기준 210건에서, 2023년 416건, 2025년 6월 기준 687건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계 건설사 등 아시아계 업체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견적가를 낮추고 있다. 헨리 왕 전직 목수(현 건설사 사장)는 “2020~2022년 호황기에 평당 150~160달러를 받던 목수 인건비가 현재 40~50%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일감 부족으로 2023년부터 감원은 본격화됐으며, “한때 하루 12시간, 주 6일 일하다가도 최근에는 주 3일만 일자리가 보장됐다. 회사 직원의 60~80%가 실직했다”고 설명했다.
상업 인테리어 전문 회사 유니크 컨스트럭션(Unique Constructions)의 스티븐 진도 “2018~2019년 대비 2023년, 2024년 사업량이 60% 넘게 감소했고, 많은 경쟁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견적가를 대폭 낮추고 있다. 이윤이 5%까지 낮아지거나 아예 무이익 상태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은 그저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건설업계는 영세 사업장이 대부분(평균 3~5인 고용)이며, 오클랜드 기준 월 4,800만 달러의 활동을 담당하는 아시아계 업체가 약 22%를 차지한다.
주택경기 침체, 수주활동 감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대부분의 하청·시공사가 신규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5년 5월까지 신규 주택 착공 승인은 33,530건으로, 지난해 대비 3.8% 감소했다.
인포메트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레스 키어넌은 “2022년에는 주택 가격 상승과 금리 인하 영향으로 약 51,000여 건의 착공 허가가 나오며 붐이 일었으나, 부동산 가격 하락과 고금리, 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사가 경쟁적으로 수용능력을 늘렸다가 이제는 초과공급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민 증가도 한때 수요를 끌어올렸으나 2024년 이후 둔화됐고, 이제는 수도 오클랜드 등지의 주택 부족 현상이 서서히 해소되며 오히려 과잉 공급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주거(상업) 부문도 최근 6~9개월 새 전체 경제 둔화 영향으로 수주가 확연히 줄고 있다.
등록마스터빌더협회(Registered Master Builders Association)의 안킷 샤르마 대표는 “소규모·가족 경영 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비용 부담, 미래 일감 부족 등으로 업계 전반에 큰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예: 센트럴 오타고)에서는 건설업자의 체감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오클랜드 등 북섬 주요 지역은 신규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샤르마 대표는 “정부의 투자 촉진 정책이나 조달 개혁안이 추진되면 업계 신뢰와 투자활동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각 업계 관계자와 전문기관들은 “2021~2022년 초과 호황의 후유증으로 자원의 재조정, 비용 구조 최적화, 시장 정상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는 당분간 혹독한 경쟁 속을 지나 보다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