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 끝에서 남섬 끝까지 걷고 있는 돌아다니는 학교 김혜림씨, 그녀는 과연 지금쯤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10여일 만에 전화 통화가 되는 지역에서 드디어 김혜림씨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동안 남섬 북단 끝에서 출발해 리치몬드 산을 넘고 아서스 패스 국립 공원으로 접어들어 걸어서 3월 25일 토요일에는 2,173 지점에서 다시 Wainmakarirl River 를 건너기 위해 출발했다. 이 강은 그냥 건너지 말라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말을 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 안전한 방법을 찾아 건너야 한다.
토요일부터 크라이스트처치 동쪽의 산맥 속에서 4일 정도는 통신이 안 되는 지역을 걷게 된다.
넬슨 말보로 지역을 출발한 이후 보통 산 속에서 10일 정도를 걸으며 Te Araroa Trail 에 마련된 산장(Hut)에서 묵으며 부지런히 걸은 길이다.
북섬에서는 비가 내리면 진흙밭길을 걷는 등 고난이 뒤따랐으나, 남섬의 산 속길은 험하기는 하지만 바위와 돌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오히려 조금은 걷기가 나아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문명과 동떨어진 곳으로 걸으며 확실히 더 힘들기는 했지만 예전보다 마음은 즐기고 있었다.
리치몬드의 산은 보통 1,700~1,800미터로 산 자체가 높아 몸은 힘들어도 야생을 그대로 느끼며 산을 넘을 수 있었다.
넬슨 타스만 한인회 분들의 도움으로 푸드 박스를 각 헛에 우편으로 발송해 두고 출발했던 날, 때마침 비가 내린 날 새벽의 산속은 너무 추웠다.
아마도 리치몬드 산이 높아서 그랬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방한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도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후 산속을 걸으며 미리 체크한 일기예보에서 비바람이 분다는 날에도 바람만 살짝 불고 일기예보가 틀려 다행스럽게도 잘 걷고 있다.
역시 북섬과 달리 남섬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경관이 걷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또다른 세상, 산 속의 Te Araroa Trail 에서는 신기하게도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 북섬 왕가누이에서 같이 그룹을 지어 카약을 탔던 친구들을 남섬에서 만났을 때는 무척 반가왔다.
어떤 사람은 산장(Hut)에 기록된 김혜림씨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South Korean 이 바로 너냐?고 반갑게 아는 척을 해주기도 했다.
현재 Te Araroa Trail 에는 전설적인 존재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트램퍼들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그 사람은 산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번 쯤은 입에 올리는 존재다.
"너 그 친구 만났어?" "응, 어디어디에서 지나치며 인사했어" "나는 어느 산장에서 같이 묵었어" "걔 진짜 빠르지? 어떻게 그렇게 걸을 수 있지"
그렇다. 새로운 문명과 단절된 산 속의 걸음 속에서 트램퍼들은 또다른 화제거리를 만들며 이야기를 나눈다.
산장마다 비치된 방문록에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걷고 있으며, 어디까지 걷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등을 기록한다. 그러한 기록을 살펴보며 이름을 익혔다가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면 서로 인사를 한다.
김혜림씨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5월 초순경에는 남섬 남쪽 끝 3,000km 지점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녀는 이제 산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Te Araroa Trail 을 혼자 걷고 있는 South Korean 으로 관심받고 있다.
김혜림씨는 북섬의 북쪽 끝에서 출발해 남섬의 남쪽 끝을 향해 이동하는 NOBO 이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남섬 끝에서 북섬 끝으로 걷기를 시작한 다른 트램퍼 SOBO 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북섬 통가리오에서 만났던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가지고 뉴질랜드 방문을 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특별한 경험을 하고자 했었던 청년이 남섬 끝에서 걷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김혜림씨는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섬 끝에 도달하기 전 그 한국 청년을 다시 만나서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나치기를 고대하고 있다.
Te Araroa Trail 에서 남으로 향하는 청년과 북으로 향하는 청년의 만남의 순간은 반드시 기록해 사진으로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산장에 도착해 미리 보내놓은 푸드 박스를 만났을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든다는 김혜림씨, 그녀는 교육 기부 봉사와 자신의 걷기에 관심을 가져주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현재 안전하게 잘 걷고 있음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