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에서 분실한 보안카드가 남극 바다 밑에서 발견돼 21년 만에 주인에게 돌아갔다.
공상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주인공은 RNZ 콘서트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맥코(David McCaw)인데, 그는 오래전 잃어버렸던 보안 카드를 엉뚱한 곳에서 찾아 반가우면서도 몹시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2주 전에 웰링턴의 국립수대기연구소(NIWA)로부터 보안카드를 받았는데, 정말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면서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었고 너무 이상해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라고 말했다.
웰링턴 타운홀과 마이클 파울러 센터를 출입할 수 있는 보안카드는 지난 2003년 맥코의 차 유리창을 누군가가 깨고 조수석 발아래 놓였던 서류 가방을 훔쳐 가면서 잃어버렸다.
사흘 뒤 누군가가 바다에서 건졌다면서 서류 가방을 그에게 돌려줬지만 가방은 물에 젖은 채 물에 흠뻑 젖어 있었고 안에 있던 카드는 없어졌다.
그런데 지난 2016년, 남극 스콧 기지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케이프 에반스(Cape Evans)에서 동료와 다이빙했던 NIWA의 로드 버드(Rod Budd)가 해저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건져 올렸다.
케이프 에반스에서 150여 차례나 다이빙했던 버드가 당시 건진 것은 소유자 이름과 함께 소속도 명확하게 기재된 카드였고 버드는 이를 돌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질랜드로 돌아온 팀은 맥코를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안카드는 8년간 상자에 보관되다가 지난해에야 주인을 찾을 수 있었는데, 하지만 NIWA는 맥코가 남극에는 간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보안카드는 어떻게 분실된 곳에서 4,000km나 멀리 떨어진 남극 해안의 바닷속에 있었을까?
해류를 타고 갔다는 주장은 논리적인 설명처럼 들리지만 NIWA 과학자 크렉 스티븐스(Craig Stephens)는 그럴 가능성이 정말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만약 카드가 당시 웰링턴 항구 협곡 아래로 가라앉았다면 해류는 북으로 향해 사모아를 통과한 뒤 북태평양으로 간 다음에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세계 최대 해류인 남극 순환 해류를 건너 케이프 에반스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무려 천년이나 걸린다.
카드가 어떻게든 부력이 있는 것에 붙어 해류가 훨씬 더 빠르게 흘러갔더라도 이는 불가능한 일인데, 이에 따라 생물과 관련되는 등 전혀 다른 방법으로 그곳까지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그렇더라도 그 넓은 남극에서 다이빙하던 곳에 도착한 뒤 또 다른 사람에게 발견될 확률은 숫자로 따질 수도 없는 미스터리인데, 맥코는 정말 알고 싶다면서 만약 결론이 나면 매우 흡족할 것이라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