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뉴질랜드 정부는 국제 입양 과정에서 아동과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입양법 17조를 긴급 개정했다. 이 개정안은 국제 입양 경로에서 검증 없이 입양이 진행되어 아이들이 학대와 노예화 등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급작스러운 법 개정으로 인해 이미 해외에서 입양 절차를 밟고 있던 가족과 아이들이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비자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들은 출신국에 발이 묶이게 되었고, 뉴질랜드 임시 비자를 받은 아이들은 해당 비자가 만료되면 불법 체류자가 될 위험에 처했다.
입양 및 이민 전문 변호사 스튜어트 달리는 이번 개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과잉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존에 단순히 입양 부모가 신원 조회와 아동 보호 기록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운영 매뉴얼을 도입했으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가족법원은 해외 입양 신청 절차 중 입양 부모의 거주지 및 신원까지 철저히 검증해 왔으며, 이러한 절차 중단은 아이들 복지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법 개정은 국제입양의 예외적 상황만을 법원이 심사하도록 범위를 제한했다. 예외적 상황이란 부모 모두 사망했거나 한쪽이 사망하고 다른 한쪽이 말기 암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경우 등 극히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실제 아이 복지에 부합하는 입양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하그 협약을 체결했거나 동등한 보호 체계를 갖춘 국가(중국, 피지, 통가 등)는 이번 개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협약 비체결 국가와의 입양 절차가 크게 어려워지면서, 해당 국가 출신 뉴질랜드 입양 희망자들의 선택지가 축소되고 있다.
스튜어트 달리는 “뉴질랜드 내 입양 아동 수가 매우 적어 많은 입양 가족이 고국에서 입양 절차를 진행하는데, 법원이 기존처럼 이들을 적절히 심사할 수 없게 된 현 상황은 국제 입양 경로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국제 입양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민성은 9월 18일 이후 제출된 비자 신청에 대해 해당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관련 가족들에게 법적 조언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법무부 부장관 니콜 맥키는 이 조치가 일부 가족에게 실망을 주고 있음을 인정하며, 내년 중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포함한 장기 입양법 개정을 준비 중임을 밝혔다.
이번 임시 법 개정은 2027년 7월 1일까지 유효하며, 그 전 폐지되거나 장기법 시행 전까지 유지된다. 정부는 아동 보호를 위한 안전한 입양 경로는 계속 보장할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