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뉴질랜드 경제는 “나쁘지는 않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른” 미묘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기준금리는 추가로 내렸고, 기업·가계의 심리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으며, 소비와 주택 시장도 바닥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11월 한 달간 나온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흐름을 정리해 보겠다.
1. 기준금리 2.25%로 인하…이번 사이클 ‘마지막 인하’ 시사
11월 26일, 준비은행(RBNZ)은 공식 기준금리(OCR)를 0.25%p 낮춰 2.25%로 결정했다. 이는 3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2024년 이후 누적 3.25%p를 인하한 셈이다.
이번 통화정책 발표에서 RBNZ는 인플레이션은 2026년 상반기쯤 2% 목표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 경제 활동과 고용은 완만히 회복될 것, 추가 인하는 “경제·물가 흐름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이번 인하가 현 사이클의 ‘마지막 한 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리 인하 직후 주요 은행들은 변동 모기지 금리와 사업자 대출 금리를 줄줄이 낮추며 경쟁에 들어갔고, 이는 가계 이자 부담과 소상공인 자금 조달 비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2. 기업 심리, 11년 만에 최고치…“경기,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11월 ANZ 비즈니스 아웃룩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 비율이 크게 늘면서 기업 신뢰도는 11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순(純) 기업 신뢰도: 11월 +67% (10월 +58%에서 추가 상승)
‘우리 회사의 향후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
ANZ는 11월 보고서 제목을 아예 “Game on(이제 본게임 시작)”이라고 붙였다.
그만큼 “바닥은 지난 것 같다”는 정서가 기업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그동안 경기가 워낙 나빴던 ‘기저 효과’가 있다는 점, 실제 투자·채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경기가 금방 좋아진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3. 소비자 신뢰도도 반등…그래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지갑’
가계 쪽 심리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ANZ–Roy Morgan 소비자 신뢰지수는 11월 98.4로 6포인트 상승해, 올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수가 100 아래라는 건 ‘낙관보다 비관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특히, “지금은 TV·가전 같은 내구재를 사기 좋은 시기다”라는 항목은 여전히 순 -9로, 4년 넘게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기대는 생겼지만, 당장 큰돈을 쓰는 소비는 여전히 망설이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4. 카드 사용·소매판매, ‘조금씩’ 살아난다
소비를 직접 보여주는 전자카드 사용 지표도 소폭이지만 개선되고 있다.
10월 전자카드 거래(소매 기준)는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2%로, 9월 -0.5%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연간 기준 소매 카드 사용액은 0.8% 증가해, 소매업계가 “아주 작은 숨통”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Retail NZ도 “여전히 힘든 상황이지만,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필요한 최소한의 회복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평균 결제 금액이 1년 전보다 조금 낮아지는 등, 뉴질랜드 가계가 “적게, 알뜰하게 쓰는 소비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통계에서 확인된다.
5. 주택 시장, 길었던 조정 뒤 ‘새로운 시대’로
뉴질랜드 경제의 핵심 축이었던 주택 시장은 여전히 예전만 못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전국 집값은 40% 가까이 급등했다가, 금리 급등과 공급 증가, 실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은 정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전국 평균 집값은 여전히 피크 대비 약 15%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 장기 조정이 소비 위축·자산 효과 감소를 통해 경제 성장에도 브레이크를 건 상태이다.
다만, RBNZ와 민간 전망기관들은 2026년·2027년에 연간 약 4~5% 수준의 완만한 집값 상승을 예상하며, 과거처럼 “부동산만 사면 돈 버는 시대”가 아니라 보통의, 안정적인 자산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6. 11월 뉴질랜드 경제, 한 줄로 요약하면?
11월까지의 지표를 종합해 보면, 뉴질랜드 경제는 지금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초입에 들어선 단계”라고 정리할 수 있다.
금리:OCR 2.25%로 추가 인하, 하지만 RBNZ는 “여기서 더 내릴지 말지는 상황을 보겠다”며 사실상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를 알림.
기업 심리:ANZ 비즈니스 신뢰도, 1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급반등.
가계 심리:소비자 신뢰도도 반등했지만, 여전히 100 아래에서 ‘조심스러운 낙관’ 단계.
소비·소매:카드 사용·소매판매는 소폭 플러스, 하지만 금액·규모 모두 “크게 늘었다”고 하긴 어려운 수준.
주택 시장: 긴 조정 끝에 바닥 근처에서 옆걸음치며,
앞으로는 완만한 회복 + 낮은 수익률의 ‘뉴 노멀’이 될 가능성이 큼.
2025년 11월의 뉴질랜드 경제는 “위기에서 회복으로,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금리 인하, 기업·소비자 신뢰 회복, 소매 판매 개선 등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히 늘고 있지만, 가계와 기업 모두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흐름이 12월과 2026년 초까지 이어진다면, 내년 뉴질랜드 경제는“크게 좋아지진 않지만, 적어도 ‘더 나빠지는 걱정’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