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연간 중위소득이 10만 달러를 넘는 업종이 약 12개나 되지만, 이와 반대로 최저임금과 큰 차이 없는 임금을 지급하는 업종도 거의 비슷한 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분석기관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가 전국 산업별 중위·평균 임금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일부 업종은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과 맞먹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뉴질랜드 최저임금은 시간당 23.50달러로, 주 40시간 근무 시 연간 약 4만 9,000달러에 해당한다.
연료 소매업은 중위 연소득이 거의 동일한 4만 9,00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식료품 소매업은 이보다 낮은 4만 5,030달러였고, 숙박업은 4만 9,240달러로 근소하게 높았다.
특히 음식·음료 서비스업은 4만 170달러에 그쳐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기타 매장 기반 소매업’은 5만 3,220달러, 스포츠·레크리에이션 서비스업은 5만 3,350달러, 개인·기타 서비스업은 5만 4,170달러로 모두 최저임금과 1만 달러 차이에 불과했다.
인포메트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닉 브룬스던(Nick Brunsdon)은 업종별 임금 차이는 주로 숙련도와 경험에 의해 설명된다고 말했다.
그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산업일수록 생산성이 높고, 인재 확보를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한다. 반면, 숙련도가 낮은 직원을 쉽게 채용할 수 있는 서비스업이나 요식업은 낮은 임금을 주고도 충분히 인력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특정 직업은 고숙련이 아니더라도 기피도가 높아, 예컨대 지하 탄광 노동처럼 위험하거나 불편한 직종은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노동조합회의(CTU) 정책국장 크레이그 에니(Craig Enney)는 임금 수준보다 더 큰 문제는 근로시간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급 25달러를 받더라도 주 20~25시간만 일한다면 주급이 500달러에 불과하다”며, “호스피탈리티, 소매, 케이터링 등 서비스 업종에서는 일하고 싶어도 충분한 시간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더 많은 근로시간을 원하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는 ‘과소고용(underutilised)’ 인구는 40만 3,000명에 달했다. 이는 실업률이 예상보다 낮게 유지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재정 상담 네트워크 핀캡(Fincap) 대변인 제이크 릴리(Jake Lilley)는 불규칙한 근로시간과 소득 보고 제도가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가 갑작스러운 추가 근무를 하게 되면, 같은 날이 복지수당 소득보고 마감일일 경우 워크 앤 인컴(Work and Income)에 제때 보고하지 못한다”면서, “결국 과지급으로 이어지고, 빚이 불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임금명세서가 지급일 이후에야 나오기 때문에, 실제 수입이 얼마인지 미리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전했다.
뉴질랜드의 일부 산업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서비스·소매·요식업 종사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시급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안정적 근로시간 확보와 복지제도의 유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