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한 달 동안 뉴질랜드 달러(NZD, 키위 달러)는 미국 달러(USD) 대비 약 0.58~0.60달러 범위에서 움직이며 큰 폭의 반등 없이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뉴질랜드 통계청과 외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흐름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세계 경기 둔화, 수출 가격 변동, 그리고 글로벌 투자 심리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뉴질랜드 준비은행(RBNZ)은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시장은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NZD 가치에 하방 압력을 주는 요인이다. 반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은 달러 강세를 유지시켜, NZD 환율에 더욱 부담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뉴질랜드 주요 수출 품목인 유제품과 농산물 가격이 둔화되면서 무역수지 전망도 밝지 않았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드는 만큼, 외환시장에서 키위달러는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환율은 경제 지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9월의 환율 흐름은 시민들의 일상 곳곳에도 영향을 미쳤다.
먼저, 수입 제품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달러 대비 NZD 약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직구 전자기기나 수입 식품 가격이 예년보다 높게 책정됐다. 해외여행이나 자녀 유학비를 준비하는 가정도 비슷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아이 학비가 미국 달러 기준이라 환율이 조금만 올라가도 매달 부담이 확 커진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수출업에 종사하는 농가나 기업들에게는 달러 수익을 환전할 때 이익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 브래드 올슨 CEO는 “최근 몇 년간 집값 급등과 자산 불평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환율 약세는 중산층 이하 가계에 생활비 압박으로 직결된다”며 “환율 문제는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국민 체감 경기와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흐름이 RBNZ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 세계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웨스트팩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티시 란초드는 “향후 12개월 동안 경제 성과는 이전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9월의 키위달러는 극적인 반등보다는 불안정 속의 보합세를 보여줬다. 이는 곧 뉴질랜드 국민들의 장바구니, 여행 계획, 기업 수출 전략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교민들의 생활 구석구석에 체감되는 현실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