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매업체 폐점이 늘어나면서 뉴질랜드 주요 도심가의 빈 점포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콜리어스 자료에 따르면 오클랜드와 웰링턴 모두 공실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전체 상가 공실률은 2019년 6월 6.3%에서 현재 10.5%로 올랐다. 도심지구(CBD) 공실률은 같은 기간 0.9%에서 11%까지 높아졌으며, 2021년에는 14.4%까지 치솟았다. 교외 지역 공실률도 7.4%에서 10.5%로 올랐다.
웰링턴 시내 상가 공실률 역시 4.2%에서 9.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램턴 키(Lambton Quay)는 3.5%에서 8.5%, 윌리스 스트리트(Willis Street)는 3.5%에서 7.9%로 높아졌다.
콜리어스의 전국 리서치·이코노믹스 책임자 해미쉬 피쳇은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과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자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웰링턴의 경우 일자리 감소와 불확실성으로 공실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쳇은 스미스 & 코기(Smith & Caughey), DFS 갤러리아 등 대형 점포 폐쇄가 큰 공간을 비워놓아 공실률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체납자에 대해 강경 조치를 취하면서 일부 상점이 폐업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하와 전자카드 소비 증가 등의 긍정적 신호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웰링턴과 오클랜드가 전국에서 소매업이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꼽히는 이유는 주택 가격이 높아 높은 대출 이자가 소비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섬 지역인 캔터베리와 오타고 지역은 회복세가 더 탄탄하다는 보고도 있다.
Retail NZ 최고경영자 캐롤린 영은 2021년 이후 일부 공실이 일시적 ‘팝업’ 상점의 진입과 퇴출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매업 구성도 변화하고 있으며, 도심에선 편의점과 전자담배 가게, 작은 식료품점 등이 치열하게 소비자 발길을 다투고 있다고 전했다.
영 대표는 유동 인구가 감소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돼 점포 확장이나 이전이 신중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매업계는 연말 주요 행사를 앞두고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대계약 갱신 시점마다 점주들은 향후 계획을 신중하게 고려하게 돼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유연하지 않은 임대인과의 갈등도 점포 폐쇄 요인 중 하나다.
온라인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주로 ‘윈도우 쇼핑’을 하며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의식 변화도 소개했다.
퍼스트 리테일 그룹의 크리스 윌킨슨은 전국적으로 소매업 점포 공실율 증가와 점포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점포를 더 좋은 위치로 옮기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임대인들도 건물에 최적의 임차인을 찾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심 상가들이 과거처럼 평일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도시 기반은 평일 고객 유치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윌킨슨은 금리 인하에도 소비자들이 지출보다는 부채 상환을 우선하는 경향이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포슨비에 위치한 카투스 아웃도어(Cactus Outdoor) 점주의 벤 켑스는 “독특한 상품과 품질로 승부하는 가게만이 버티는 상황”이라며 “일반 상품을 팔며 유동인구에 의존하는 상점은 전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신상품 판매보다 가격 경쟁에 의존하면 생존이 불가능해지며, 지금이 브랜드가 자신들의 가치 제안을 다시 점검하고 가격이 아닌 가치로 승부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