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반구 두 경제 강국인 뉴질랜드와 호주가 모두 통화 완화 국면에 진입했지만, 그 속도와 시장 반응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 강한 완화 신호... 경제 회복까지는 시간 필요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10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2.5%로 조정하며, 예상보다 강한 완화 기조를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11월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부진한 기업 심리지수와 약세의 2분기 GDP가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신뢰 회복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금리 인하의 여파로 뉴질랜드 달러(NZD) 환율은 0.876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하락세가 수출 경쟁력 회복에 도움을 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정체 국면이다. 주요 도시에서는 매물 공급이 충분하지만, 수요 회복이 더디며 가격 상승 압력이 약한 상황이다. 반면 낙농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소매카드 지출은 3개월 연속 소폭 증가해, 금리 인하의 소비 진작 효과가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식품·임대·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며, 연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금리 인하 결단 ‘보류’… 소비심리 여전히 냉각
한편 호주중앙은행(RBA)은 11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여전히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경제 회복의 강도와 물가, 고용지표를 신중히 관찰 중이다.
9월 발표된 소비지표와 인플레이션은 시장 예측을 밑돌며, 경제의 회복력이 여전히 제한적임을 보여주었다. 최근 Westpac-MI 소비심리 조사에서는 생활비 부담 심화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시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에서도 ‘케어 경제(care economy)’ 중심의 일자리 증가가 둔화되고 있으며,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10월 실업률이 4.3%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 변수도 여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두 나라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 경제자료 발표가 지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시장·물가·소비 동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과 영국 역시 제조업 생산과 무역수지, GDP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영국 실업률은 4.7%로 상승했다.
향후 전망 – 완화 기조 속 신중한 회복 국면
시장 전문가들은 뉴질랜드의 기준금리가 2025년 말 2.25%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호주 역시 2026년 중반 2.85%까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NZD/USD 환율은 0.59~0.65 범위 내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금리 인하 효과는 가계의 금융 부담 완화와 함께 소비 심리 개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회복의 핵심은 단순한 금리 인하가 아니라 소비자 신뢰 회복과 고용 안정에 달려 있다”며, 연말~2026년 초에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