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퍼드대 조사에서 본 뉴질랜드의 하이브리드 근무 현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노동 시장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는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일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스탠퍼드대학교의 글로벌 조사 결과는 이 같은 흐름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 교수 연구진은 전 세계 40개국에서 대학 졸업자 1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현황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는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를 통해 공개되었다.
뉴질랜드는 이번 조사에서 재택근무 비율이 높은 국가군에 속했다. 응답자들의 근무 형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60% – 매일 사무실 출근
10% – 전면 재택근무
30% – 하이브리드 근무(일부 재택근무)
이 수치는 재택근무가 뉴질랜드 내에서 결코 예외적이거나 한시적인 형태가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사무실과 집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스탠퍼드대의 블룸 교수는 뉴질랜드의 재택근무 문화가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정기적인 재택근무는 집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교통 시간 절감, 워라밸 향상 등 부가적인 효과까지 가져옵니다. 뉴질랜드는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블룸 교수는 최근 뉴질랜드 현지를 방문해 라디오 뉴질랜드(RNZ) 인터뷰에서도 "기업은 직원에게 일정 비율의 재택근무 선택권을 줄수록 생산성과 충성도, 직무 만족도가 함께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와 네덜란드, 캐나다 등이 재택근무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되었으며, 미국과 뉴질랜드는 ‘하이브리드 근무 안정화’ 국가군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하루 1~2회 정도는 집에서 근무하는' 문화가 고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블룸 교수는 단순히 재택을 허용하는 것이 아닌, '전략적 재택근무'에 대한 설계와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뉴질랜드의 일부 전통 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재택근무는 게으름'이라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는 점도 과제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뉴질랜드가 단지 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일의 방식을 찾아가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어디서 일하느냐’를 넘어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