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시민권법 개정 이후,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오버스테이어(불법체류자)나 임시비자 소지자 자녀들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로 남아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인 신분 없이 성장해, 학교 졸업 후에는 진학·취업·여행 등 기본적인 삶의 기회조차 막혀 있다.
2006년 헬렌 클라크 정부와 국민당의 지지로 통과된 시민권법 개정안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부모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했다. 그 전까지는 ‘출생지주의(Jus Soli)’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가 시민권을 받을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부모의 신분이 기준이 되는 ‘혈통주의(Jus Sanguinis)’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수백, 어쩌면 수천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서류 미비’ 신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태평양 섬국가, 인도, 중국 등에서 온 오버스테이어나 임시비자 소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 문제는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006년 이후 태어난 첫 세대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기가 되면서, 이들은 대학 진학도, 합법적 취업도, 해외여행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 알래스터 맥클리몬트는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막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부모의 신분 때문에 모든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와 지역사회 보호 아래 숨어 지내며, 신분 노출이 두려워 언론이나 이민 당국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실제로 한 청소년은 신분 노출과 추방 위험 때문에 실명을 밝히지 않고 인터뷰에 응했다가, 최근 추방 위기에 처하면서 실명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맥클리몬트 변호사는 “호주나 영국처럼 10년 이상 거주한 아동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아이들이 처벌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들을 처벌하는 유일한 논리는, 부모들이 뉴질랜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막기 위한 ‘억제책’일 뿐”이라며 “아이들을 이런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2006~2016년 사이 출생한 아이들의 신분을 한시적으로 정리하는 대책과, 장기적으로는 시민권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