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의 주택 임대 시장이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은 매물 수를 기록하며 '세입자 시장(renter’s market)'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세입자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Trade Me와 realestate.co.nz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임대 매물이 전년 대비 40% 증가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료가 2.3% 하락하거나, 집주인들이 $500 상당의 식료품 바우처나 한 주 무료 임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세입자 시장'의 신호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오클랜드 세입자 보호협회(Tenants Protection Association)의 앙젤라 메이너드는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지 않다. 그녀는 "세입자들은 여전히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특히 최근 재도입된 '무단 90일 퇴거 통보' 제도가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도는 세입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거나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데 주저하게 만든다.
또한, 커뮤니티 법률 웰링턴 및 헛 밸리(Community Law Wellington and Hutt Valley)의 로라 드류는 "임대 시장에는 항상 권력 불균형이 존재한다"며, 세입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일부 세입자들이 지붕에 구멍이 뚫려 물이 새는 집에 살면서도 집주인이 수리를 거부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상황이 여전히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하퍼 프로퍼티스(Harper Properties)의 매니징 디렉터인 존 해리스는 최근 6개월 동안 임대료 검토에 대한 논의가 변화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임대료 인상이 당연시되었지만, 현재는 세입자들이 이미 시장 가격을 지불하고 있어 인상을 권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은 반려동물 허용, 좋은 사진 제공, 주택 유지 관리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여전히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가 약간 하락했더라도 이사 비용과 시간, 에너지를 고려하면 이사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고정 임대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자 하는 세입자들은 대체 세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터상으로는 임대 매물 증가와 임대료 하락이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세입자들의 권한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세입자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며, 법적 보호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세입자 시장'이라는 표현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과장된 평가일 수 있다.
Source:thespin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