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하늘 아래서 신의 목소리를 듣다

오클랜드 하늘 아래서 신의 목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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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행 가기 전에 자료로 답사를 하고, 현지 여행 중 그 가치를 음미하고, 돌아와서 자료 조사와 현지 경험을 살려 느낌을 정리하면 그 효과를 배로 증대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음악 특히 클래식(Classic)을 즐기기 위해서는 미리 레퍼토리(Repertory)에 대한 사전 답사를 하고 현장에서 감상을 즐길 수 있다. 그 다음 감상 내용을 정리하면 발표자가 전달하는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여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오클랜드 타운 홀에서 열렸던 조수미의 콘서트도 마찬가지이다. 조수미는 오페라 가수이기에 소개된 곡들도 거의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 곡들이었다. 따라서 조수미가 부를 오페라 곡의 내용을 미리 알아보고 콘서트 현장에서 조수미와 함께 노래의 참된 가치를 음미할 일이었다. 이제 조수미는 갔지만 그녀가 남긴 신의 목소리를 다시 재생해보며 행복감을 맛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좀 더 대중적인 장소에서 좀 더 많은 청중들을 상대로 콘서트가 열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뉴질랜드에 이민 온 후 한국이 배출한 세기의 소프라노 가수를 초청해 현지인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행복을 누렸다. 클래식의 특성 상 타운 홀이 아니면 공연할 장소가 없었고 60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이루어진 콘서트였다. 따라서 부담되는 입장료로 일반 대중에게 널리 공개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소프라노(Soprano)라는 말은 17-18세기에 일반화된 용어로 여자 목소리의 최고 성역(聲域)을 말한다. 기본 음계에서 세 옥타브(Octave) 위까지의 음역을 표현한다. 영어에서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트레블(Treble)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세 겹의 높은 음을 발성해낸다.

19세기 이후에는 오페라에서 3종류의 소프라노로 구별하고 있다. 콜로라투라(coloratura) 소프라노는 경쾌한 움직임과 화려한 음색을 지니고 최고음역을 정확히 표현한다. 조수미 같은 초일류 소프라노만이 발성할 수 있는 소프라노이다. 리리코(Lirico) 소프라노는 달콤하고 서정적인 음색을 지니며 높은 음역에서 약한 음에 독특한 매력이 있다. 드라마티코(Dramatico) 소프라노는 넓은 음역과 풍부한 음량을 지니며 극적인 표현에 적합한 소프라노이다.

조수미는 무대에 나타나자 무대의 전후좌우와 위아래를 두루 쳐다보며 관객들을 둘러보았다. 우선 눈인사를 통해 교감을 하려는 듯이 보였다.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나는 꿈속에서 살고 싶어요’와 투우사 중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지요’, 리골레토 중 ‘그리운 그 이름’ 호프만의 이야기 중 ‘새장속의 새들(인형의노래)’, 캔디드 중 ‘화사하고 즐겁게’ 등 오페라 곡을 불렀다. 그 외 ‘목가’와 ‘아리아리랑’을 부르며 관객과 친근감을 더해 갔다.

그러나 관객과의 영혼이 일치되는 순간은 기본 프로그램이 끝난 후 열화 같은 관객들의 기립 앙코르에 답하는 커튼 콜(Curtain call) 때였다. 조수미가 앙코르에 네 번이나 답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 큼 뉴질랜드 청중들과 호흡이 맞았다는 뜻도 되고 뉴질랜드 관객 수준이 높았다는 의미도 된다.

커튼 콜로 들려준 노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 o babbino caro)’, ‘다뉴브 왈츠’ ‘안넨 폴카’ ‘사랑으로’ 등 네 곡이었다. 보통 두곡 또는 세곡까지의 앵콜 곡은 관례이지만 네 곡이나 답례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마지막에 청중들과 함께 부른 ‘사랑으로’는 이국 땅에서 마음의 상처가 클 수도 있는 우리 한인끼리, 다른 이민족과도 서로 보듬고 살아가야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순간 이었다.

이번 공연은 뉴질랜드에서 처음 있었던 조수미 콘서트였고 이런 콘서트를 전문 기획사가 아닌 한인회 차원에서 주최하였다. 이를 통해 현지 신문 방송에 한국인의 세계성을 알렸고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청중이 참여했으며 흑자를 실현 했고 조수미가 가장 정을 많이 느꼈던 뉴질랜드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모든 행사는 겪고 나면 불편했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박용규 대사께서 평했던 대로 이번 공연을 통해서 뉴질랜드 전체 한인 사회가 하나로 단합되는 계기가 되었고 키위사회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를 소개함으로서 한국인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가사를 음미하며 그날 저녁의 황홀했던 순간을 되새겨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리라.

오, 사랑하는 아버지,
저는 그를 사랑해요.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는 함께 프르타르사로 가서 반지를 사고 싶어요.
예, 저는 가고 싶어요.
제가 그를 헛되이 사랑하는 것이라면
베키오 다리로 달려가겠어요.
달려가서 아르노 강에 몸을 던지겠어요.
나의 괴로움을, 이 고통을!
오, 신이시여, 저는 죽고 싶어요.
아버지,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한 일 수(경영학 박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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