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3달러 이하로 다시 내려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단기간 내 가격 하락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휘발유 가격의 ‘심리적 기준선’이 3달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 기준선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이전 배럴당 약 66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최근에는 한때 11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뉴질랜드 내 연료 가격도 급등해, 91옥탄 휘발유는 리터당 평균 3.42달러, 디젤은 3.43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28일 사이 휘발유는 36%, 디젤은 무려 85% 상승한 수치다.
연료 재고도 다소 감소했다. 비즈니스혁신고용부(MBIE)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육상 및 해상 연료 재고는 약 58.7일분으로, 일주일 전보다 소폭 줄었다.
연료비 급등에 대응해 정부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4월 7일부터 약 14만3000 가구의 근로 가정은 주당 50달러의 추가 지원을 받게 된다. 이 지원은 2027년 4월 1일까지 또는 휘발유 가격이 4주 연속 3달러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유지된다.
그렇다면 가격은 언제 다시 3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을까.
오클랜드대학교 명예 경제학 교수인 바질 샤프(Basil Sharp)는 “말 그대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원유 물량이 많아, 공급 차질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약 2000척의 선박이 해당 해역에서 이동을 재개하지 못한 채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 교수는 1970년대 오일쇼크 사례를 언급하며, 유가는 급등한 뒤 일부 하락하더라도 높은 수준에서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가는 상승한 뒤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며 다시 오르는 패턴을 보인다”며 “단기간 내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산유국들이 높은 유가를 유지하려는 유인이 크다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수요는 가격 탄력성이 있어 가격이 올라가도 소비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다”며 “이로 인해 산유국들은 높은 가격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캔터베리대학교의 메스바우딘 차우두리(Mesbahuddin Chowdhury) 교수 역시 유가 하락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경험을 언급하며 “연료 가격은 오를 때는 빠르지만, 내려갈 때는 훨씬 느리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중동 지역의 생산 시설이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생산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차우두리 교수는 “전쟁이 지금 당장 끝나더라도 가격이 하락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소 2~3주 이후에야 하락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는 “한 달 이상 전쟁이 지속된다면 많은 국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로서는 연료 재고가 충분히 확보돼 있어 즉각적인 공급 위기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최근 이란이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뉴질랜드로의 연료 공급에도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뉴질랜드는 마스던 포인트 정유공장 폐쇄 이후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정제 연료를 주로 수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프 교수는 이를 “전략적 정책 기회”라고 표현하며, 재생에너지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풍력, 태양광, 지열 등 대체 에너지 확대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우두리 교수 역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번 위기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유가가 다시 안정되기까지는 단기간이 아닌 ‘시간과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