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화가 울려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예의 부족이 아니라, 13세에서 18세 사이 청소년들의 소통 방식 변화와 디지털 예절의 진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앤 코르디에(Anne Cordier) 교수는 설명한다.
과거 전화 통화가 주요 소통 수단이었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은 음성 통화 대신 문자 메시지, 음성 메시지, 소셜미디어 DM 등 비동기적이고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쓰기 기반의 소통 방식을 선호한다. 전화를 받는 것은 즉각적인 대응과 감정 노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통제력 상실로 느껴지며, 텍스트는 내용을 신중하게 다듬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전화는 긴급하거나 위급한 상황에만 주로 쓰이며, 평소에는 문자로 소통을 한다. 16세 소년 메흐디는 “아버지 전화가 뜨면 그냥 놔두고 나중에 문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화에 바로 응답하지 않는 것은 무례함이 아니라, 개인의 시간과 정서적 공간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며, 일종의 ‘침묵할 권리’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청소년은 전화가 부담스럽고 압박으로 느껴지는 만큼, 일부러 무음 모드로 두며 휴식을 취하려 한다. 친구들과는 먼저 메시지를 보내 통화 가능한지 묻고, 적절한 시기에만 전화를 거는 것이 존중의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예절’의 새로운 규범이며, 성인들이 보기에는 무심하거나 냉담해 보일 수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더 세심하고 신중한 소통 방식이다.
이러한 세대 간 소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인도 새로운 소통 규칙을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전화 대신 텍스트, 음성 메시지, 이모지 등 다양한 형태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통화 전에 메시지로 상대방의 상황을 확인하는 등 ‘공유된 가용성’을 존중해야 한다. 청소년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소통 선호도를 나누고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즉각적인 응답이 없다고 해서 무시나 거절로 해석하지 말고, 그 침묵 자체를 개인의 정신적 공간 보호와 자기 존중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코르디에 교수는 “십대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며, 전화 통화 회귀가 아니라 서로의 디지털 코드와 일상을 이해하는 것이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밝힌다.
Source: 1News